[기고-이영계] 제주기지를 신한류 상품으로
입력 2012-04-12 18:14
“바다가 있는 한 인류에게 지루한 미래는 없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의 말이다. 그는 저서 ‘제3의 물결’에서 해양개발이 우주개발, 생명공학 등과 함께 21세기 제3의 물결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토플러 박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선각자들이 ‘바다가 미래’라는 명제를 설파했다. 바다를 지향(志向)한 역사는 번영의 과실을 쟁취했으나, 바다를 지양(止揚)한 역사는 퇴보의 교훈만을 얻었다는 것은 동서를 망라한 진리였다.
우리 역사에서도 바다를 외면했을 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조선 명종 때만 하더라도 을묘왜변과 병진왜변 등 세 차례에 걸친 왜구의 침략으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됐다. 이순신 장군은 바다를 알았기에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지만 바다를 등한시한 조선 조정은 100여년 전, 병인양요·신미양요·운요호사건 등 열강의 함포외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무릎을 꿇었고, 결국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다.
그러나 우리가 바다에 관심을 갖자 불과 60여년 만에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할 수 있었다. 우리의 해상능력은 수출입 물동량, 조선수주의 규모, 원양어업 능력, 수산물 생산량, 컨테이너 해운 규모 등으로 봐도 세계 5∼6위의 수준이며, 한 해 50여만척의 배가 오가며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제주해역은 대부분의 물동량과 원유 100% 등 각종 전략자원의 수송로이자 양질의 어장을 갖춘 보물창고이다. 뿐만 아니라 유사시 동맹국으로부터 병력과 장비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국가의 생명선인 제주해양 수호를 위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서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2015년 완공될 이 기지는 일각의 우려처럼 평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국토 최북단에 휴전선을 지키는 육군이 있듯 최남단에 해양을 사수하는 해군기지가 없다는 게 오히려 불가사의한 일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평화의 섬’이란 제주의 정체성과 이미지, 그리고 항구적 번영이라는 미래를 보장할 수 있도록 각종 해상 위협으로부터 해상로 확보를 위한 평화활동을 주 임무로 한다.
아울러 탈냉전 이후 잦아진 해적들의 활동과 환경오염 등 다양한 위협에 맞서고, 소중한 우리 어장도 보호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7600t급 이지스 구축함의 위용과 15만t급 크루즈 여객선의 아름다운 자태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현재 한 해 제주를 찾는 800여만명의 관광객을 100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려 세계적인 관광미항으로 성장하는 것도 멀지 않았다. 특히 강정마을 올레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이 난 ‘7코스’를 강정∼크루즈터미널∼친수호안까지 연계한 관광코스로 조성하면 올레길 투어는 세계인들의 이목과 찬사를 받게 될 것이다.
이영계 예비역 육군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