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긴 게임 놓친 야당, 민심 똑바로 읽어야

입력 2012-04-12 18:13

이명박 대통령과 옛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대단했다. 19대 총선에서 야당 승리는 누가 봐도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졌다. 이미 위력이 입증된 야권연대까지 대체로 잘 이뤄졌음에도 한나라당이 서둘러 탈바꿈한 새누리당에 고배를 마셨다. 입안에 들어온 떡을 놓친 셈이다.

다만 정당 득표율에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합한 수치가 새누리당을 눌렀고, 정치지형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도 야당세력이 이긴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국민이 야권연대를 이룬 두 정당을 새누리당의 대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특히 수권정당을 부르짖어온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사실이다.

무엇 때문인가? 민주당의 경우 무엇보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다 이겼다는 자만심으로 인해 나눠먹기식 공천을 둘러싸고 소란을 빚는가 하면 형편없는 저질 후보를 전략 공천하는 등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끝까지 나 몰라라 하면서 오만하게 군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비등하는 시정 여론에 아랑곳없이 집권 내내 되풀이된 인사 전횡 같은 MB정권의 오만에 질린 국민 아닌가.

게다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집권시절과는 180도 다른 주장을 편 이율배반적 뻔뻔스러움에다가 근본적으로 이념과 정체성이 다르고 의석수도 몇 안 되는 통진당에 마냥 끌려다닌 줏대 없음은 또 어떤가. 국민의 눈 밖에 날 일만 골라 했으니 표심을 잃는 것도 당연하다. 민주당이 진정 수권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면 이 모든 것들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권정당은커녕 정당으로서의 미래도 기약할 수 없을지 모른다.

야권연대의 한 축이었던 통진당도 이젠 좀 더 성숙한 자세를 보이는 게 옳다. 통진당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비례대표를 합해 13석을 얻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제도권 정당으로 성공리에 진입한 것을 넘어 제3당으로 자리를 굳혔다. 비현실적인 ‘남로당’ 같은 모습에서 탈피해 진정한 의미의 ‘진보정당’으로서 존재의의를 과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