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결과가 한국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입력 2012-04-12 17:32
[미션라이프] 유권자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에 단독과반을, 야당엔 수도권 의석과 정당득표율을 허락했다. 자만에 빠지지 말고 국민 이익을 위해 정책중심의 정치를 펼치라는 메시지가 표 속에 담겨있다. 그렇다면 투표에 참석한 2181만명이 한국교회에 던진 암묵적 메시지는 무엇일까. 교계 지도자들은 그것이 이념적·지역간 분열을 싸매고 여성과 청년 등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대립현상 속 화해자로 나서라=이번 선거의 특징은 ‘동(東)여-서(西)야’ ‘도농(都農) 간 양극화’ ‘팽팽한 보혁(保革) 구도’였다. 특히 정당 성향으로 봤을 때 보수 157석, 진보 140석으로 ‘51대 49’의 이념적 대립구도를 그대로 투영시켰다. 교계 지도자들은 동서와 보혁, 도농이 갈리는 상황에서 교회가 여기에 편승하지 말고 민족의 화해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박종순(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은 아전인수 격으로 분열을 부추기는 데 교회가 편 가르기를 한다든지 그 논리에 휘말린다면 사회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목사는 “교회가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동서화합을 일궈나가는 중재자 역할을 반드시 감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약자·차세대 위한 콘텐츠 제공하라=총선에서 여성과 청년, 다문화 이주민, 환경운동,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인사들의 진입과 복지·경제민주화를 주창한 통합진보당의 약진은 눈여겨볼만 하다. 특히 각 정당이 탈북자와 다문화 이주민, 30대 청년 등을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한 것은 사회적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박종화(서울 경동교회) 목사는 “한국사회는 이번 선거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게 아니라 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능력을 배양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게 맞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면서 “교회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여성 청년 다문화 이주민 등은 앞으로 한국사회를 살찌게 하는 구성주체가 될 것”이라면서 “교회도 도덕적 공동체로서 이들을 인재로 키우는 모범적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제 역할을 못할 경우 군소정당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도자의 역할 중요, 특히 말조심하라=패색이 짙었던 당을 맡아 선거 동력 역할을 하며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도자의 역할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반면 지도자가 되겠다고 자처한 김용민 후보는 기독교·노인·여성 폄훼발언으로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민주통합당을 참패로 몰아넣었다. 이처럼 교계 지도자도 사심(私心)을 추구하거나 설교, 언론 인터뷰, 선언에서 정제되지 않은 비논리적·감성적 언어를 쏟아내는 행동이 기독교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의원 백석대 학사부총장은 “박근혜 위원장의 장점은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 있다 할지라도 자신이 한 말에 대해 끝까지 지키려는 자세에 있다”면서 “교회 지도자들도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하며 공적인 자리에서 불필요한 말을 삼가고 절제된 언어로 무한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