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1] 적지서 40% 안팎 득표…‘지역의 벽’ 깰 가능성 열었다
입력 2012-04-12 02:24
이번 4·11 총선 결과도 지역구도를 해소하기 어려웠다. 전통적인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텃밭’인 광주·전북과 대구라는 적진에 각각 뛰어들었던 새누리당 이정현·정운천 후보와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선전했지만 ‘지역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들 후보들은 대구와 광주·전북에서도 야당과 여당 후보가 나와야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아직은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에 의석을 내줄 수 없다는 만만찮은 지역여론에 밀려 패배했다.
◇지역주의 타파의 새 가능성=이들 후보가 적지에서 40% 안팎의 높은 득표율을 보인 것은 그동안 ‘공천=당선’이라는 안이한 지역의 일당 독재정치에 대한 주민들의 견제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 앞으로 다른 정당 후보들도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는 한발 더 나아갔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 후보들이 예전에 볼 수 없을 만큼 선전한 것이 8개월 후로 다가온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막판까지 선전했다. 결국 새누리당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며 경기 군포의 안전한 지역구를 버리고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 출사표를 던진 김 후보의 패배 원인은 지역 공감대 형성 부족과 박근혜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민주당 후보로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지역주의 극복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패배로 보는 정서도 상당하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역시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에 뒤져 지역주의의 벽을 깨지 못했다. 이 후보도 40%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 17대 총선 때 서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전체 유효표의 1%에도 못 미치는 720표를 얻는 데 그쳤던 것에 비하면 크게 선전한 것이다.
선거기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선두가 되기도 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황색바람’이 일기 시작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 후보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27년 만에 처음이라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었다.
◇지역정서는 여전한 과제=정권심판론과 연말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연대를 배반할 수 없다는 막판 여론 변화의 바람에 이 후보가 고배를 마신 것으로 지역 정가는 보고 있다.
또 민주당의 텃밭에 새누리당의 깃발을 꽂겠다던 전주 완산을 선거구의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의 꿈도 깨졌다. 정 후보는 “당보다 인물을 보고 뽑아야 전북의 미래가 열린다”고 지지를 호소하며 유세전보다 시가지 청소를 하면서 선거운동을 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정 후보가 고배를 마신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했던 ‘촛불시위’의 정당성이 호남에서 부정될 수 없다는 지역 여론에 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주·대구=이상일 최일영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