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1] ‘나꼼수의 굴욕’ 김용민 참패, 우상호 4번째 리턴매치서 승리

입력 2012-04-12 02:49

막말 논란의 주역 민주통합당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가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유권자, 김용민 외면=김 후보는 자신의 과거 여성비하, 노인폄훼, 기독교모독 발언이 알려진 뒤 조성된 거센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후보 사퇴를 거부했으나 유권자들은 그를 냉대했다.

그는 한때 일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이노근 당선자에게 10% 포인트 앞서기도 했으나 막상 투표함이 열리자 6% 포인트 가까이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의 지역구가 포함된 노원구의 투표율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58.5%(11일 오후 6시 기준)로 집계돼 막말 논란이 김 후보의 반대표를 결집시킨 한 요인으로 해석됐다.

김 후보는 자신이 출연하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인기에 힘입어 민주당의 전략공천과 야권 단일후보직까지 따내며 일약 야권의 스타로 떠올랐으나 8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자신이 내뱉은 발언에 발목이 잡혀 추락했다.

김 후보는 나꼼수의 멤버인 김어준씨가 “투표율 60%가 넘으면 상체를 노출하기로 했다”는 발언을 트위터에 공개하는 등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여성계와 노인층,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비토그룹의 저항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나머지 논란 주역들은 희비 갈려=반면 박사학위 표절 논란에 휘말린 새누리당 문대성(부산 사하갑) 후보는 민주당 최인호 후보의 추격을 4% 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제수씨 성추행 미수 논란에 휘말린 새누리당 김형태(포항남을릉) 후보는 민주당 허대만 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누르고 낙승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에 최루탄을 터뜨려 기소된 통합진보당 김선동(전남 순천·곡성) 후보는 개표 초반 유효득표수의 과반을 확보하며 일찌감치 재선 고지에 성공했다.

◇숙명의 라이벌 대결=정치 명문가 자제들 간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중구에서는 정호준 민주당 후보가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아버지 정대철 전 의원의 뒤를 이어 금배지를 달았다. 6선의원을 지낸 고 정석모 전 내무부장관의 아들인 정진석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공석이 된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 지역은 당초 자유선진당 조순형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정치인 2세 간 3각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조 후보가 정호준 후보 가문과의 인연이 부담이 된다며 돌연 불출마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조 후보의 지지표가 정호준 후보에게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의 선친은 우석 조병옥 박사로, 정호준 후보의 할아버지인 고 정일형 박사와 오랫동안 항일독립투쟁과 건국운동,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들로 서대문갑에서만 4차례 맞붙은 오랜 맞수 이성헌 새누리당 후보와 우상호 민주당 후보 간 대결은 우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경기 고양일산서구에서 리턴매치를 벌인 김영선 새누리당 후보와 김현미 민주당 후보의 대결은 김현미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강원 홍천·횡성에서는 역대 3차례 선거에서 맞붙어 나란히 1승1무1패의 전적을 안고 있는 황영철 새누리당 후보와 조일현 민주당 후보가 예측 불허의 접전을 펼쳤으나 황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조 후보를 이겼다.

◇이변의 주역들=여당의 거물 정치인들이 정치 신인들에게 무릎을 꿇거나 고전하는 이변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경기 광명을에서는 광명시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3선의 전재희 새누리당 후보가 변호사 출신의 여성 신예 이언주 민주당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전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던 만큼 이 후보의 승리는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서울 영등포을에서는 여당의 사무총장과 야당의 대변인 간 대결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의 사무총장으로 쇄신공천을 주도한 권영세 후보가 MBC 앵커 출신이자 정치신인인 신경민 민주당 후보의 거센 도전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도 신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자 신 후보 본인조차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