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1] 정세균·‘친노’ 이해찬 화려한 부활…당내 입지 강화

입력 2012-04-12 02:19

잠룡과 거물급 정치인들의 운명이 한순간에 갈라졌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잠룡들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정세균 전 대표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화려하게 국회로 입성했다. 그러나 친이명박계 후보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떠오르는 잠룡들=이 전 총리는 지역맹주 역할을 해 온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를 물리치고 세종특별자치시 초대 의원에 당선되면서 당권 및 대권주자 경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기획가로 꼽히는 이 당선자는 당내 최대 세력인 범노무현계의 좌장 역할이 강화되면서 발언권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 역시 ‘정치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의 6선 의원인 홍사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는 점에서 당내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구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선거구를 내주고 서울에서 새 둥지를 틀면서 ‘호남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면서 대권동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서울 동작을의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7선에 성공하면서 대권주자로 비상할 수 있게 됐다. 또 비(非)박근혜 진영이지만 당내 최다선의 관록의원으로 여전히 목소리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그는 여론조사 등에서 민주당 이계안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투표에서는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울산 동구에서 내리 5번 당선된 뒤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겨 두 번째로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부 창출의 1등 공신인 이재오 후보는 서울 은평을에서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또 서울 서대문을의 새누리당 정두언 후보도 민주당 김영호 후보와의 피 말리는 접전 속에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이 밖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여야 간에 한판 승부를 벌인 서울 강남을에서는 ‘FTA전도사’로 통한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가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정 후보는 이번 패배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는 노무현 바람의 진원지인 경남 김해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막 내린 정치인생=친박근혜 좌장격인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는 전략 공천으로 종로에 출마했지만 쓴잔을 마시며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을 경우 7선으로 정몽준 당선자와 함께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써 향후 국회의장 후보에도 거론될 정도였지만 서울 지역에서 유난히 강하게 불어닥친 민주당 바람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조윤선 의원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배제한 채 전략 공천한 박근혜 선대위원장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을에서 민주당 민병두 후보에 고배를 마신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는 아예 정치 은퇴선언을 했다. 그는 투표종료 후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상대인 민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발표되자 트위터에 “이제 자유인으로 비아냥 받지 않고 공약으로부터도 해방되는 자유를 얻었다”며 동대문구민과 새누리당 당원들에게 “지난 11년간 홍준표에게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18대 총선에서 민병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으나 이번에는 고배를 마셨다.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