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1] 문재인, 낙동강 벨트 ‘절반의 승리’…대권행보 잘될까

입력 2012-04-12 02:15

‘낙동강 전선’의 승세를 몰아 한강으로 진격하려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4·11 총선에서 부산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중 문 고문과 조경태 의원만 당선되고 기대를 모았던 문성근, 김정길 후보가 고배를 마셨다. 다른 후보들의 동반 당선을 이끌어내지 못한 문 당선자는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유되던 부산 사상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쉽게 물리치고 금배지를 달았다.

낙동강 벨트 전투는 문 당선자의 대권고지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승부처였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기대했던 전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대선가도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변화의 아이콘으로=낙동강 벨트를 사실상 지휘해온 문 당선자는 11일 오후 9시40분이 넘어서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 나타나 언론과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저를 선택해준 사상구민들께 감사한다”며 “사상의 변화, 부산의 변화를 희망하는 민심이 저를 선택하신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깨끗하고 정직하며 품위 있는 정치를 실천해 온 문재인을 선택하지 않은 구민들께도 참 잘된 선택이었다는 인정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당선자는 정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부산 정치를 바꾸고자 원하는 구민들의 열망을 느꼈다”면서 “이미 한국 정치가 바뀌기 시작했고 이번 시민의 승리로 보다 빠르게 정치는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낙동강 벨트에서의 선거결과에 대해 “이미 승리했다. 부산민심이 바뀌고, 정치가 바뀌고 있음을 확신했다”고 답했다.

문 당선자는 대선 출마의지를 묻는 질문에 “부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부산의 정치를 바꾸고, 나아가 연말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다”고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역할에 대해선 신중히 생각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권가도에 넘을 산 많아=문 당선자는 민주통합당의 불모지인 영남권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면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데서 상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대권주자 지지율이 야권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것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케 하는 요인이다. 외견상 문 당선자는 ‘호남당에 영남 후보’라는 필승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 안방격인 부산·경남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해 대선가도에 탄력을 받게 된 게 부담스럽다. 이번 낙동강 벨트 전투에서의 성적표만으로 목소리를 키우기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들이 있다. 게다가 정치경력이 일천한 데다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는 점도 흠결로 꼽힌다.

앞으로 문 당선자가 당내 견제세력을 잘 추스를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또 다른 친노세력인 김두관 경남지사와의 승부가 남아 있다. 박지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호남권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당의 유력주자들 중 한 사람인 정세균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고민거리다.

부산=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