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1] “역시 선거의 여왕”…박근혜, 대선가도 힘 받는다
입력 2012-04-12 01:57
19대 총선이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임기 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힘을 받게 됐다. 동시에 ‘선거의 여왕’임이 재확인된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의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 통합진보당과 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 큰 의석차로 패함에 따라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야권이 이기면 극심한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집권 새누리당이 과반 안팎의 승리를 거둠에 따라 야권의 대대적인 공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임기 말 최악의 궁지로 몰리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같은 보수성향 자유선진당과 합칠 경우 확실하게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인 국정운영도 가능하게 됐다.
선거 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사람은 누가 뭐래도 박근혜 위원장이다. 여권 입장에서는 당초 100석도 차지하기 힘들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던 당을 구출한 박 위원장의 공로가 매우 크다 하겠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를 사실상 박 위원장 1인 체제로 치렀다. 비대위를 통한 당의 환골탈태, 민주당보다 나은 공천, 민주당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선거 전략은 모두 박 위원장의 공이라고 하겠다.
이 때문에 향후 여권은 박 위원장에게로 힘이 확 쏠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간 친이-친박으로 양분돼 극한으로 대립하던 여권이 박 위원장 중심으로 뭉칠 것이 뻔하다. 이는 곧 이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내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비대위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지만 박 위원장은 반대해왔다. 대선 가도에서 현직 대통령의 존재와 친이-친박의 단합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이겼지만 당을 재정비해야 한다. 총선용인 비상대책위를 해체하고 대선 승리를 위한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전당대회가 열리면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지도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친박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의 대표 가능성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민주당의 경우 한명숙 대표 체제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과정에서 리더십 부재가 드러난데다 선거에도 짐에 따라 이 체제로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위기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부산에서 당선된 문재인 상임고문에게 눈길이 갈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벨트에서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대안 부재론 속에서 문 고문의 당내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국은 박 위원장과 문 고문 간의 대결구도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두 사람을 견제하는 당내 잠룡들이 치고 나올 경우 양당 모두 조기에 후보 경선전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안 원장은 이번 총선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대선 출마 뜻을 내비쳤다.
한편 민주당과의 연대로 10석 이상 확보한 통합진보당의 경우 지금보다는 목소리를 더 높이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섭단체(20석)가 되지 못한데다 야권의 과반의석 확보에도 실패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기존 입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