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1] 새누리·靑 한숨 돌리고 민주당은 한숨 쉬었다

입력 2012-04-12 01:53

총선 개표가 진행되면서 새누리당이 제1당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나타나자 새누리당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반면 개표 초반 승리를 예상했던 민주통합당은 당혹감을 표시했다. 청와대도 한숨을 돌리며 향후 정국운영 방향을 고심하는 표정이었다.

◇새누리당=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의도 당사에 설치된 선거종합상황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고무되는 분위기였다. 개표 초기 서울에서 민주당의 우세가 예상되고 새누리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인 서울 송파에서까지 접전이 벌어지자 ‘패배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박 위원장은 ‘붕대 투혼’으로 애정을 쏟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불리한 예측이 많이 나오자 심기가 불편한 듯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이혜훈 종합상황실장은 “투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선거기간에 약속한 모든 약속은 반드시 실천해 나갈 것을 국민들에게 다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서울 48개 지역구 중 10여곳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강원·충청 지역에서도 의외로 선전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비례대표를 포함할 경우 ‘과반수 의석’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권주자와 정치신인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부산 사상구에서 손수조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패하고 사하을에서도 조경태 후보에 승리를 내줬지만 북·강서을에서는 문성근 후보를 이기자 긴 한숨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총선 개표 방송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예측보도와 달리 열세를 보이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민주당은 출구조사에서 수도권 후보들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나 기대감을 가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지역구가 새누리당에 비해 10여곳이나 적게 나오자 당혹스러워했다. 더욱이 비례대표를 합쳐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에는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당직자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을 지켜보던 한명숙 대표와 당직자들은 출구조사에서 서울 종로의 정세균 후보가 앞서고 신경민, 차영 등 서울지역 후보들이 선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와∼”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초접전 지역이 60여 선거구에 이르러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분석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5시55분쯤 개표상황실에서 들러 방송사의 출구조사 발표를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굳게 입을 다문 채 TV를 시청하던 한 대표는 10여분 만에 자리를 뜨며 기자들의 질문에 “지켜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 총선 결과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여러 미흡함으로 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 결과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지난 4년간 만든 재벌특권경제, 반칙, 비리에 대해 국민이 용인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청와대는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약진하고 부산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나타나자 침통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실제 개표가 시작되면서 새누리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민주당이 선거 구도를 ‘새누리·MB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는데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예상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의석을 많이 내줬지만 강원과 충청에서 이를 만회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새누리당의 강원·충청 지역 성과를 놓고 ‘박근혜의 힘’이 발현된 선거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야권의 국회 의석수가 크게 늘어 불법사찰 청문회 등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봉학·김용권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