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 “원했던 만큼 성적 거두지 못해 깊은 책임감 느껴”
입력 2012-04-11 20:11
프로팀 감독들은 자신들을 ‘파리 목숨’에 곧잘 비유한다. 계약기간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성적만 나쁘면 언제든지 그만둬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빗댄 것이다. 국가대표팀을 맡아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허정무(57)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아공 월드컵 직후인 2010년 8월부터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를 맡았던 허 감독은 10일 돌연 구단측에 사의를 표명했다.
허 감독은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열린 광주FC와의 고별전을 1대 1로 마친 뒤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허 감독은 “감독으로서 매 경기 좋은 성적을 거두고 명문 클럽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으려 했으나 우리가 원했던 만큼의 성적을 거둘 수 없었던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 사의를 표명한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부진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이제 경우 7경기(1승2무4패)만 치렀을 뿐 성적을 탓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허 감독은 최근 “축구단에 대한 인천시의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등 감독으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고충을 토로해왔다. 하지만 축구인들은 구단 운영과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인천시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송영길 인천 시장은 허 감독 영입 당시 선진 시민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 ‘허정무 축구센터’를 건립해 인천을 축구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센터 건립문제는 이미 재정문제로 없었던 일이 됐다.
구단의 재정 악화는 계속됐고 허 감독은 송 시장이 임명한 구단 사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임금 체불 등 구단의 경영 문제와 함께 허 감독의 고액 연봉(5억원) 등이 구설에 오르며 인천시 축구협회와 지역 언론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아왔다.
허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나는 평생 축구인이지 않은가. 축구는 끝이 없다”면서 “올해는 유럽선수권대회가 열리니 유럽에 가서 경기도 좀 보고 공부를 더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샬케04(독일)를 연파한 스페인의 아틀레틱 빌바오에 감명을 받았다며 그 팀에서 공부할 뜻을 내비쳤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