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신동혁씨 “북한서 진행 중인 홀로코스트 국제사회 관심만이 막을 수 있어”
입력 2012-04-11 20:11
“60년 전 홀로코스트(나치독일의 유대인 학살)는 지나간 게 아니라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관심만이 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발간된 ‘14호 수용소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Camp 14)’의 실제 주인공 신동혁(31)씨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북한의 처참한 수용소 실태와 자신의 체험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날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개최한 북한 정치수용소 세미나에서 신씨는 자신의 신고로 어머니와 형이 공개 처형됐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4년 전 내가 한국어로 출판한 책에서는 엄마와 형이 처형당할 때 몰랐다고 했는데 사실 그 원인은 나한테 있었다”면서 “지금도 밝히고 싶지 않지만 내가 수용소 안에서 신고를 해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치범수용소에서는 가족이라도 잘못을 하면 신고하도록 돼 있었다”면서 “그래서 당시에는 수용소 법을 지켰을 뿐이었고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씨는 “워싱턴DC에 올 때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가본다”며 “연합군이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체를 불도저로 묻는 영상을 보면서 위기 시에 북한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수감자들이 대규모로 사살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잊어버린 그들을 내버려두지 말고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황준국 주미한국대사관 정무공사 등을 비롯해 정부·의회 관계자와 사회단체 대표, 외신기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더 알려고 왔다”며 “신씨의 주제발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