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다르빗슈 혹평… 개막전 부진·비싼 몸값 언급

입력 2012-04-11 19:55

메이저리그 데뷔전서 기대이하의 공을 던진 다르빗슈 유(26·텍사스 레인저스)가 미국 언론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다르빗슈는 막강한 텍사스 레인저스 타선의 폭발 덕에 어부지리 승리는 챙겼지만 미국 CBS 방송은 메이저리그 시절 긴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찬호(한화)와 비교해 “박찬호 이후 최고 거품 같았다”고 혹평했다. 다르빗슈는 10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8피안타 5실점에 그쳤다. 삼진 5개를 잡았지만 볼넷 4개를 허용하며 제구 불안을 드러냈다.

포스팅금액(5179만 달러)과 연봉(6년간 6000만 달러)을 포함, 무려 1억1100만 달러의 거금을 다르빗슈 영입을 위해 쏟아 부은 텍사스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투구 내용이었다.

CBS의 리치 위트 기자는 이를 두고 텍사스의 농구 스타 디르크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와 박찬호를 잇달아 언급했다. 다르빗슈는 일본 출신 대선배 스즈키 이치로(39·시애틀 매리너스)와의 맞대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노비츠키 역시 NBA 데뷔전서 동향 출신 선배를 만나 고전했다. 그는 지난 1999년 미국 무대 첫 경기서 독일에서 건너온 특급 스타 데틀레프 슈렘프가 포진한 시애틀 슈퍼소닉스와 맞붙었다.

당시 노비츠키는 막중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고작 2득점에 그치며 팀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노비츠키는 이후 리그 적응에 성공하면서 NBA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하면서 리그 MVP에도 선정됐다.

이를 두고 위트 기자는 “다르빗슈가 MVP와 챔피언 등극을 이룬 노비츠키의 모습을 재현한다면 텍사스가 투자한 1억1100만 달러의 가치가 충분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데뷔전 모습만 보면 마치 박찬호 같았던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지난 2001년 겨울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라는 거액의 FA 계약을 맺으며 기대 속에 입단했다. 하지만 텍사스의 기대와 달리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박찬호는 결국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텍사스를 떠났다.

이후 텍사스 지역에선 거액연봉을 받고 입단한 선수가 제대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 이내 박찬호 이름을 들먹이는게 하나의 전통처럼 굳어져 버렸다.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