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1] SNS 영향력…대도시 젊은 층 막판에 몰려

입력 2012-04-12 01:45


11일 열린 19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54.3%를 기록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의 잇단 투표율 독려를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야당이 원하는 60%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역대 최저인 4년 전 18대 선거(46.1%)보다는 투표율이 8% 포인트 이상 크게 올랐으며, 2010년 6·2 지방선거의 54.5%에 육박했다. 민간인 사찰과 막말 파문, 표절 논란이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킨 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이 이번 선거에도 발휘돼 오후에 젊은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투표율 추락을 막았다는 분석이다.

◇세종시 최다 투표율, 관심 지역구 투표율 높아=총선 투표율은 1992년 71.9%에서 2000년 57.2%로 수직 하락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치솟았던 2000년 17대 총선에 60.6%를 기록, 투표율이 반등했다. 하지만 4년 후에는 사상 최저치(46.1%)로 곤두박질쳐 정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이번에 처음 선거구가 생긴 세종자치특별시가 59.2%의 투표율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신생 선거구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보인다.

관심도에 따라 지역별 투표율도 편차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이슈가 적었던 경기(52.6%)와 인천(51.4%)은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반면 서울의 경우 오후 4시까지 전국 평균투표율을 밑돌았으나 오후 5시부터 투표율이 크게 올랐다. SNS에 익숙한 서울지역 젊은이들의 투표참여가 오후 늦게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논란이 일거나 접전양상이 지속된 곳이 투표율을 끌어올렸다. 저질 막말 파동의 당사자인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나온 노원구(58.5%)와 현대가 오너(정몽준 후보)와 현대계열사 사장(이계안 후보) 간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동작구(58.5%), 거물급 정치인끼리의 초박빙 접전을 벌인 종로구(57.1%) 투표율은 서울 평균치(55.5%)보다 높았다. 유력한 야당 대선후보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20대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가 맞붙은 부산 사상구 투표율(57.4%)도 부산 전체 평균(54.6%) 수치를 웃돌았다.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전남 경북 충북 등도 호조를 보였다.

◇‘김용민 막말 파동’ ‘SNS 투표독려’ 영향 팽팽=투표 당일 전국에 비가 예고됐지만 오전에 일찍 그치면서 투표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실제 오전 9시까지 18대 선거 동 시간 때보다 낮은 8.9%를 기록한 투표율은 비가 그친 뒤인 오전 11시부터 부쩍 오르기 시작했다. 젊은층은 오후부터 투표소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오전 한때 투표율이 4년 전보다도 낮게 나오자 트위터 등에서는 “투표율을 높이자”는 메시지가 계속 퍼날라졌다. 연예인 등의 투표소 인증샷도 속속 포털사이트 등에 게시되면서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이슈가 너무 많아 뚜렷한 쟁점이 형성되지 않은데다 정책보다는 상호비방에 치우친 여야의 행태에 대한 불신이 투표율 저조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인 GH코리아 지용근 대표는 “이번 선거의 쟁점이 될 수 있었던 정권심판론이 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말뒤집기 논란, 막판 막말파문으로 희석됐다”며 “그나마 트위터 등을 통해 투표참여를 즐기는 젊은 세대가 막판 몰리면서 야당의 수도권 선전을 이끈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