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스페인 국채금리… 글로벌 증시 일제히 휘청
입력 2012-04-11 18:38
국제금융시장이 심상찮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채무 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새삼 고조되면서 유럽 미국 아시아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일제히 폭락했다.
◇스페인 충격에 국제금융시장 요동=10일(현지시간) 유럽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스페인 주식시장은 3% 폭락해 2009년 3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주가는 5%나 곤두박질쳤다. 일부 개별 은행주들은 8%나 폭락해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특히 스페인 부실채권에 물려있는 은행주들이 하락장을 주도했는데, 바클레이스 주가는 6%나 떨어졌다.
금융시장 패닉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채무 위기가 우려되는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다시 치솟으면서 비롯됐다. 국제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힘겨워지면서 스페인 국채금리(채권금리가 뛰면 채권값은 하락)는 연 6%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2월 유럽 중앙은행이 역내 은행들에 1조 유로의 자금 지원을 한 이래 최고치다. 이탈리아 채권금리도 연 5.68%를 기록했다.
유럽발 쇼크와 맞물리면서 이어 개장된 미국 증시도 휘청거렸다. 10일 뉴욕 증시는 5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는데, 특히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올 들어 최대 낙폭을 보였다. 나스닥지수도 300선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 회복 지연에 따라 고개를 드는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감도 한몫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이날 전미독립기업연합(NFIB)은 중소기업전망지수가 6개월 만에 하락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11일 아시아 주식시장도 6일 연속 하락했다.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면서 금값은 크게 뛰었고 미 재무부 채권금리는 5일 연속 하락했다.
◇스페인 어떤 상황이길래=시장 불안은 무엇보다 유로존 3, 4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거대한 재정적자 부담을 이기기 못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스페인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페인이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4번째 구제금융 국가가 될 것이라는 루머가 시장에 퍼져 있다. 경제지표가 아주 나쁘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24%나 되고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5%에 달한다. 정부는 고강도 경제개혁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경제 상황을 더욱 나쁘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페인 경제는 올해 1.7%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재정을 옥죄는 정책이 더블딥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와 유럽연합(EU)은 모두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 미구엘 앙헬 페르난데스 오르도네즈는 10일 “스페인 경제가 계속 악화되면 은행권은 더 많은 자본확충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경고를 보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중앙은행이 금융경색을 막기 위해 수주 안에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것 같다”며 “이탈리아, 스페인 등 몇몇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채무 탕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