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영원한 총비서’·김정은 ‘제1비서’ 추대… 김정일 우상화·김정은 친정체제 공고화 의도

입력 2012-04-12 03:20

북한이 11일 당 대표자회를 열어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노동당 비서국 총비서’에 추대하고, 김정은에게 ‘제1비서’ 직위를 부여한 것은 김정일 우상화와 김정은 권력 공고화를 동시에 이루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총비서직을 승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를 이어받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대내·외적인 부담 요소를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 3년 뒤에야 이 직함을 이어 받았는데, 김정은 자신이 아버지가 사망한 지 4개월도 되지 않아 이를 서둘러 승계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뭔가 지도부 권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심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무리수를 두면서 총비서직에 오르는 것 보다는 ‘제1비서’라는 새로운 지위를 차지하며 실질적인 권력체제 변화를 꽤한 셈이다. 동국대학교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의 북한 체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당 총비서직 승계보다는 새 지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일 사후 여러 문제를 수습하는 동시에 아버지의 후광을 자신의 권력 공고화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치안정책연구소 유동열 선임연구관은 “사망한 김정일을 우상화함으로써 자신이 권력체제를 운용하는 데 든든한 배경으로 삼으면서 실질적으로 지도층 핵심을 장악하려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북한이 최고지도부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은 본격적인 ‘김정은 통치’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김정은의 측근인 최용해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으며 김정각, 현철해 등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 포진시키는 등 ‘김정일 시대’의 80대 중심 북한 고위층을 60대 인사들로 재편함으로써 29세의 어린 나이에 권력을 쥔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부담을 덜어주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성택도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위원에 선임됐으며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는 당중앙위원회 비서로 선임되는 됐다.

그러나 대폭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인물 교체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비춰진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김정일 생존시에 김정은 후계체제 안정화를 위한 법적·인적 토대를 마련한 셈이어서 이번에 부분적인 개편만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당대표자회에 이어 13일 최고인민회의, 12∼16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기념행사, 25일 인민군 창건 80주년 기념행사 등 정치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