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1] 주요 후보들 투표 현장 스케치… 투표소 잘못 찾아가고, 독려 메시지 논란 휩싸이고

입력 2012-04-11 19:40


전국 246개 지역구에서 사력을 다해 한 표를 호소했던 후보자들은 11일 투표를 마친 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유권자들과 인증샷을 찍거나 휴식을 취하며 개표 결과를 기다렸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거물급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는 모두 “최선을 다했다”며 힘겨웠던 선거일정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홍 후보는 부인과 함께 재동초등학교에 마련된 가회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정치 1번지다운 깨끗하고 조용한 선거를 치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72시간 폭풍 유세’로 막판 강행군을 하느라 사흘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는 홍 후보는 집에 가 잠을 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는 서일정보산업고교에 마련된 창신3동 제2투표소에서 부인 최혜경씨와 함께 투표하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인간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의 심정으로 종로구민의 판단을 조용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정 후보는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으며 투표율이 60%가 넘으면 노랑머리로 염색하겠다는 공약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웃었다.

서울시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는 홍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종로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애국심으로 꼭 투표해 주십시오. 기호1 홍사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과 관련, 선거법 위반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후보의 기호와 이름이 들어간 문자메시지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선주자와 신인의 ‘다윗과 골리앗’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부산 사상의 민주통합당 문재인,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낙동강 벨트를 축으로 야권 바람을 주도했던 문 후보는 부산 엄궁동 롯데캐슬 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이번 선거를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더 황폐해진 느낌을 받았다”며 “더 좋은 정치,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도전을 후회하지 않는다. 성원해 주신 만큼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박빙의 승부를 펼친 부산 북강서을에서는 새누리당 김도읍 후보가 “지역발전과 지역민을 위해 헌신할 각오로 운동했다”며 “어떻게 주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것인지 생각하며 주민의 선택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성근 후보는 “이번 선거가 젊은이들 표현으로는 세기의 격투기라고 한다. 이종 격투기 중 이렇게 결과가 기대되는 격투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막말 파문’으로 논란이 됐던 서울 노원갑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는 ‘나는 꼼수다’ 멤버들과 투표소에 동행했다. 김 후보는 공릉동 동신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오늘이 정치에 입문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라며 “나는 허물이 많은 사람이다. 모든 것을 유권자와 신의 선택에 맡기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남편의 지역구에 출마한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부인 민주통합당 인재근 후보는 비서진과 창1동 주공아파트 경로당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인 후보는 “남편이 하늘나라에 갔지만 매순간 동행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선을 다한 만큼 겸손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후보가 자신의 투표소를 잘못 찾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는 부인 민혜경씨와 장남 욱진씨와 함께 투표하러 나섰으나 제2투표소인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았다가 장소가 잘못된 것을 알고 은마아파트 제1투표소로 옮겨 한 표를 행사했다.

세종시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이해찬 후보는 부인 김정옥 여사와 함께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연기군민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뒤 “세종시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모든 것을 바쳐 선거운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격전지인 충북 청주 상당 선거구의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와 민주통합당 홍재형 후보는 같은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정 후보는 부인 이옥배(56)씨와 금천동 제7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뒤 “겸허한 마음으로 구민 여러분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도 부인 전윤숙(74)씨와 같은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현명한 시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출마한 강기갑 통합진보당 후보는 주소지인 사천읍 장전리 투표소가 없어져 시내버스를 타고 45분 거리에 있는 사천농협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최근 트레이드마크인 수염을 깎은 강 후보는 두루마기를 벗고 양복 차림으로 투표한 뒤 “유권자들이 서민, 농어민, 노동자, 중소상공인을 위해 일하는 진짜배기 종자를 알아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