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1] 박근혜 “수도권 고전”에 한때 말없이 자리 떠

입력 2012-04-11 21:55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11일 오후 여의도 당사 종합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131∼147석을 얻게 될 것이란 방송 3사의 출구조사 전망이 나오자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권주자와 정치신인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부산 사상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58.4%를 얻어 새누리당 손수조(40.7%)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당선될 것으로 예측되자 침울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문 후보를 중심으로 한 부산·경남권 ‘낙동강 벨트’에서 민주당이 5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자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어 선거운동기간 초박빙 지역으로 분류됐던 서울 종로에서 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54.1%로 홍사덕(43.8%) 후보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나자 고개를 떨궜다.

당 사무총장인 권영세(46.5%) 후보가 민주당 대변인 출신의 신경민(53.4%)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올 때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붕대 투혼’으로 애정을 쏟은 수도권지역에서 불리한 예측이 많이 나오자 불편한 심기를 보이며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혜훈 종합상황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00석 확보도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투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선거기간에 약속한 모든 약속은 꼭 실천해 나갈 것을 국민들에게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옛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고교 도서관에 마련된 화원읍 제8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박 위원장은 투표 후 취재진에게 “정치인과 정치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 있다”며 “누가 약속과 신뢰를 갖고 있는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초조함 속에 개표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특히 정무수석실, 홍보수석실, 기획관리실 관계자들은 총선 이후 정국 운영 방안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여소야대’가 현실로 나타나 향후 민간인 사찰 문제 등을 중심으로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는 등 야권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특히 청와대는 민주당과 연대한 통합진보당이 10∼18석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출구조사를 지켜본 이 대통령은 총선 이후 정국 운영 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 지형이 변하게 되면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정국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출구조사가 나오기 전 일부 참모들에게 “무거운 심정으로 모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