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인스타그램 1조여원에 인수

입력 2012-04-10 19:06

미 샌프란시스코의 모바일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 업체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창립 두 돌이 채 안된다. 직원도 12명뿐이다. 이런 풋내기 벤처기업이 최대 소셜네트워크업체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에 팔렸다. 페이스북 인수합병 사상 가장 큰 규모다.

페이스북은 9일 인스타그램 인수 작업이 6월 말 마무리되고, 대금은 현금과 주식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무엇이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를 사로잡은 것일까. 경쟁업체가 수십개 되지만, 인스타그램은 어떤 회사보다 빠른 업로드 속도와 마니아 수준의 사용자를 거느린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 세계 3000만 가입자들이 매일 500만개 사진을 업로드한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의 멜리사 패리쉬는 “페이스북은 컴퓨터 브라우저 기반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갈수록 모바일 중심으로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려 애써왔다”며 순수 모바일 기반인 인스타그램이 매력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인수합병이 성공하기까지 주커버그는 ‘삼고초려’의 공을 들였다.

인스타그램은 스탠퍼드대학 출신의 20대 케빈 신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가 공동 창업했다. 2004년 스탠퍼드대 2년생인 신스트롬은 대용량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는 포토박스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게 주커버그 눈에 띄었고 신스트롬에게 일자리를 제안했다. 신스트롬은 학업을 계속하겠다며 거절했다.

그는 이후 인스타그램의 전신격인 버븐(Burbn)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처음엔 가입자가 수백명밖에 안 됐지만 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인스타그램으로 버전업하면서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신세대들은 사진을 트위터 등에 올릴 수 있는 이 서비스에 열광했다. 2011년 초 주커버그는 다시 신스트롬과 접촉해 매각을 권유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당시 가입자는 700만명.

NYT는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모두가 환영하는 건 아니라고 전했다. 인스타그램 가입자들은 페이스북이 개인정보에 접근할 것으로 우려했고, 일부는 페이스북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기술만 가져가고 기존 서비스를 폐쇄할지도 모른다며 반발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