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100일째 ↑↑… 먹통 대책 울화통

입력 2012-04-10 18:52


국내 휘발유 가격이 100일 가까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정부의 기름값 안정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기름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전혀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지난 1월 2일부터 시작해 지난 8일 하루를 제외하고 100일째 올랐다. 가격도 1월 2일 ℓ당 1996.37원에서 10일 오후 3시 현재 2133.05원으로 136.68원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에서 도곡동 오일시티 주유소(ℓ당 1999원)를 제외한 모든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전국 휘발유 가격도 1월 6일 1933.51원에서 10일(2058.57원)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하며 96일 만에 125.06원 올랐다.

반면 최근 국제유가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이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14일 배럴당 124.22원으로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한 뒤 9일에는 119.69달러까지 떨어졌다. 두바이유는 2월 23일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뒤 박스권에서 등락을 하는데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만 줄곧 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정유사가 과도하게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몰아세우는 반면 정유업계는 정부가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고 맞서는 등 지루한 네 탓 공방만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9일 ‘2012년 3월 석유시장 분석보고서’를 통해 3월 국제 휘발유 가격 대비 정유사의 공장도 가격이 ℓ당 6.76원 더 올랐다고 밝혔다. 정유사가 국제 휘발유 가격 상승에 비해 국내 공급가격을 더 많이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도로공사는 이날부터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첫 휴게소인 서울 만남의 광장의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고속도로 주유소로는 26호점이다. 도공은 이달 말까지 추풍령, 천안, 평사, 황간, 경주(부산방향), 옥천(서울방향), 등 6곳도 알뜰주유소로 전환키로 했다.

그러나 기름값 억제를 위해 도입한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알뜰주유소는 농협주유소 332곳을 포함해 430여곳으로 늘었지만 주변 주유소와 가격차이가 별로 없는데다 기름값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1호점의 경우 인근 주유소들보다 오히려 비싸다. 지난달 30일 개장한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도 지금까지 거래 건수가 10건에 불과할 정도로 외면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실효성 없는 정책들을 홍보하며 생색을 내기보다 유류세 인하 등 실질적인 기름값 안정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