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요리사 마르켈 아기레 무히카 “스페인 대표요리 빠에야 한국인 입맛에 딱 맞아”
입력 2012-04-10 18:09
“반도국가여서 해산물은 기대했지만 육류와 과일, 채소도 훌륭해 놀랐습니다.”
스페인 특급호텔 ‘르 메르디앙 바르셀로나’의 스타 셰프 마르켈 아기레 무히카(사진·32)는 한국의 딸기는 이제껏 맛본 것 중 최고였으며, 한우의 식감과 맛에 놀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초청으로 지난달 말 내한해 이 호텔의 유러피안 레스토랑 & 바 클락식스틴에서 정통 스페인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그를 지난 4일 만나 요즘 한국에서 뜨고 있는 스페인 요리에 대해 들어봤다.
“마늘과 양파, 올리브 오일을 많이 쓰는 스페인 요리는 대표적인 웰빙 음식입니다. 특히 스페인의 대표 요리 빠에야는 쌀요리여서 한국인들의 입맛에 딱 맞을 것입니다.”
빠에야는 쌀과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 일종의 볶음밥이지만, 우리의 그것과는 달리 국물이 자작하다. 무히카는 아주 적은 양의 음식을 뜻하는 ‘타파스’도 스페인의 대표 메뉴라고 소개했다. 타파스는 오후 9시 이후에 저녁을 먹는 스페인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기 위한 음식이라며, 요즘은 뷔페나 맛보기 음식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히카는 자신의 요리에 대해 “조리법이나 맛은 전통에 따르지만 데코레이션은 모던하게 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와 섞어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도 채소를 많이 쓰지만 푹 익히는 데 반해 한국은 살짝 데치기만 해서 더욱 신선한 것 같습니다.”
그는 외출할 때마다 한식당에 갈 뿐만 아니라 매일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한식을 다양하게 먹어봤다면서 자신의 카메라에 저장된 돼지고기 수육, 불고기, 산채 정식 등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카메라 브랜드를 가리키며 “한국은 첨단 기술이 뛰어난 나라로 유럽과 비교해도 선진국 수준”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귀국하면 맛있는 한식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스페인에는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도 중식·일식 식당은 많지만 한식당은 거의 없기 때문이란다. “한식은 지방이 적고 채소를 많이 사용하는 건강식이어서 스페인에서도 인기 있을 것입니다.”
무히카는 한식이 해외로 나갈 때도 고유한 맛을 지켜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그는 “외국 식당에 갈 때는 새로운 맛을 기대하고 가는데 현지에 맞게 변형한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히카는 11일 오후 출국하지만 그가 선보인 3종의 정통타파스와 빠에야, 메로와 바닷가재 스튜, 와인소스를 곁들인 안심구이 등 세트 메뉴는 5월 31일까지 클락식스틴에서 맛볼 수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