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조화·창조적 가치가 수익창출 바로미터… 국내 대표적 생태관광지 6곳 현황 및 개발 방향
입력 2012-04-10 18:07
생태관광이 대유행이다. 순천만 갯벌과 갈대밭, 제주도 올레길 등 자연자원 관광상품화의 잇따른 성공사례는 자연자원을 지역발전의 주요한 기회요인으로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마다 고만고만한 특산물을 내세운 축제를 벌이거나 앞 다퉈 트레일(걷는 길) 조성에 나서고 있다. 결과는 대부분 실패다. 차별화된 자연자원을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잠재력이 있는 자연자원을 발굴해도 마땅한 활용전략을 짜는 것은 더 어렵다. 국내 지자체의 자연자원 이용실태와 생태관광 현황 및 외국 사례를 살펴본다.
자연자원을 무작정 보전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자원을 관리하지 않아 보전능력이 저하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최근 선진국과 국제기구는 자연자원을 지역발전과 연계한 현명한 이용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박창석·박용하 연구위원 등은 최근 펴낸 ‘국토자연자원의 현명한 이용전략 수립Ⅲ’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적 생태관광지 6곳에 대한 현장 및 설문조사를 토대로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했다. 6곳은 전남 순천 순천만, 경남 창녕 우포늪,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전남 신안 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 전북 진안 고원길, 제주도 거문오름 등이다.
◇단계적 접근, 자원발굴과 연계=KEI가 제시한 국토자연자원 활용전략은 자원발굴, 자원연계, 활용전략 및 자원관리의 단계별로 짜여 있다. 먼저 자원발굴 단계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자원 외에 잠재력이 있는 자원에 활용가치를 부여해 새로운 기회자원으로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신안 다도해 지역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핵심, 완충, 전이지역으로 용도를 구분하고 지역별로 자원 현황조사와 가치평가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잘 알려진 갯벌, 철새, 무인도 등 주요 자원 외에 소중한 자원이 발굴됐다. 당숲, 문화적 경관, 갯골, 토착지식 등이 그것이다. 진안 고원길에서는 2006년부터 마을조사단이 지역자원 전수조사를 매년 실시했다.
자원연계 단계에서는 개별 자연자원의 가치보다 자원의 연계가치가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울사람이 순천만까지 갈 때 갯벌 하나만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 유역내 자원을 점-선-면으로 확대해 지속적 보전과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 순천만에서는 이용객 설문조사를 통해 연계성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갈대군락과 갯벌이 핵심자원으로 도출됐다. 갈대군락은 칠면초 군락, 짱뚱어 및 칠게 등과의 연계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갈대군락을 중심으로 보전축 설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용측면에서는 자연생태관 등의 인공시설, 갈대축제, 갯벌체험 등 활동프로그램이 연계자원으로 도출되면서 이용축을 형성했다.
자연자원을 연결하는 방안으로 ‘걷는 길’을 채택하는 사례가 많다. 진안군은 농촌 공간 자체가 볼거리이자 체험거리이며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원칙을 갖고 유·무형 자원을 연계시켰다. 산재된 농촌자원을 길이라는 선자원으로 연결해 궁극적으로는 면 차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고원길이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도 마찬가지로 거점마을인 울진군 북면 두천1리와 서면 소광리를 보부상의 옛날이야기와 자연이 어우러진 숲길로 연결했다.
◇활용전략의 중요성, 순천만과 우포늪=두 습지는 우수한 생태적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자원만으로는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순천만은 생태관광의 추진주체인 순천시가 리더십을 발휘해 체계적인 브랜드화를 추진했다. 생태관광 프로그램 외에도 공간화 전략, 축제 및 문화 콘텐츠 전략,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 등 활용프로그램을 구축했다. 반면 우포늪은 생태관 운영, 자전거 탐방, 전망대 조성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관광기반만 마련했다. 우포늪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생태관광지들은 조성 초기인 탓도 있지만, 대체로 자원의 지역권이나 연계전략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 지역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연계자원 지도나 활용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생태관광은 자연과 조화된 여유롭고 창조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환경보전, 관광객 만족, 지역사회 발전 등 3가지 구성요소 중 하나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창출이 전제조건이다. 연간 관광객 300만명을 끌어들여 1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내는 순천만 사례가 제주도 올레길과 함께 지금까지 가장 확실한 성공사례로 평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진안 고원길은 섬진강 데미샘, 용담호 등의 자연자원, 마을숲 등의 문화자원, 마을주민이라는 인적자원이 결합해 지역발전을 꾀하는 독특한 모델이다. 거문오름은 무생물자원인 오름(용암동굴계)이라는 자원에 세계자연유산이라는 브랜드가치를 더해 생태관광지로서의 발전 잠재성을 높였다.
◇관리단계, 보전과 이용의 조화=관리단계에서는 자원관리의 조직(추진주체)과 경제적 이익의 배분시스템이 중요하다. 순천만은 행정조직의 추진력과 지역사회 참여가 고루 뒷받침됐다. 즉 관리조직의 체계화가 순천만의 성공요인 중 하나다. 순천시는 2007년 건설, 토목, 환경 등 관련분야 공무원을 통합한 순천만 담당조직을 관광진흥과 안에 따로 결성했다. 지역주민은 갈대베기, 순천만 지킴이 활동, 쉼터의 지역농산물 판매, 갈대축제 준비, 공방체험 활동 등에 골고루 참여한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이 숲길을 조성하고 울진군이 행·재정 업무를 보완하는 한편 사단법인인 울진숲길과 지역주민이 운영을 담당한다. 전형적 민·관 협력체제다. 금강소나무숲길과 제주도 거문오름은 탐방객 사전예약제를 실시해 환경수용력을 손상시키지 않고 있다.
KEI 보고서는 “200개가 넘는 우리나라 지자체가 모두다 자연자원을 활용해 지역발전을 꾀하기는 어렵다”면서 “20∼30%만이 지역발전 잠재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역특산 농산물 축제나 ‘묻지마’식 걷는 길 조성처럼 남을 따라가는 미투(me too) 전략은 지역 고유성을 오히려 저해한다. 추진주체의 의지와 역할,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