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의 거짓말, 끝은 어디인가

입력 2012-04-10 18:28

수원 토막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가슴이 착잡하다. 고인에게는 참으로 미안하다. 성실하게 살아온 20대 여성이 위험에 맞닥뜨리자 국가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침착하게 경찰에 신고하며 자기를 지키려 노력했으나 아무도 구조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안타까움과 고통 속에 최후를 맞이한 고인을 생각하면 누구든 가슴을 저미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감정은 경찰을 향한 분노다. 그들은 너무 무능했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경찰청장이 물러나도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국민들이 받은 상처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경찰 비리나 부패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수원 사건에서 보여준 대응은 G20 국가의 경찰로서 한심하다 못해 창피한 수준이었다. 콜 센터 직원보다 못한 실력으로 국민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112를 붙들고 있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경찰의 거짓말은 하루 이틀 듣는 것이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아예 윤리의식이 마비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 판에 경찰의 과오를 줄이기 위해 축소와 은폐라는 고전적 코스를 밟다보니 둘러댄 거짓말이 10여건에 이른다.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거짓말이 드러나니 그 기만의 행렬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TV 영상을 확보하고도 7일이나 은폐한 부분은 파렴치하다. 이 13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범인이 전봇대 뒤에 숨어 있다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임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데도 경찰은 그동안 행인간의 우발적 충돌과 욕설로 인한 사고로 설명해 왔다. 희생자의 명예를 생각하면 차마 못할 짓을 한 것이다.

경찰은 어떻게든 이번 사태를 수습할 것이다. 책임을 묻는 대대적인 인사바람이 불고, 112 시스템과 법령을 바꾸고, 장비를 보강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명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최일선 공권력으로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지나가는 아이들이 그들의 제복에 침을 뱉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