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포클랜드, 독도, 이어도

입력 2012-04-10 18:29

‘제국의 역습(The Empire Strikes Back)’. 1982년 4월19일자 뉴스위크는 커버스토리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같은 달 2일 아르헨티나가 영국령 포클랜드제도를 기습 점령하자 항모 헤르메스호를 기함으로 한 대규모 기동함대를 보내 반격에 나선 영국을 지칭한 것이다.

영국이 제국이라는 데 착안해 당시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2편의 제목을 차용한 멋진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단순히 재미나 눈길 끌기를 위한 제목만은 아니었지 싶다. 거기에는 제국주의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불사한 영국의 마거리트 대처 총리를 스타워즈의 악역 다스 베이더에 비유하는 비판의식이 숨어있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무턱대고 포클랜드를 무력 침공한 당시 레오폴도 갈티에리 아르헨티나 군사정부를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같은 ‘좋은 편’이라고 하긴 어렵다. 갈티에리가 포클랜드에 쳐들어간 것은 영유권 주장보다도 인권 탄압과 경제 사정 악화 등 실패한 내정으로부터 국민의 눈을 돌리려는데 주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포클랜드는 영국에서 1만4000㎞ 떨어져 있는데 비해 아르헨티나로부터는 500㎞ 떨어져있다. 영유권 다툼에서 원칙적으로 어느 쪽이 시(是)고 어느 쪽이 비(非)인지는 자명해 보인다. 포클랜드전쟁을 스타워즈에 빗댄 뉴스위크도 그걸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포클랜드전쟁이 74일 만에 아르헨티나의 패배로 끝난 지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영유권을 둘러싼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양국 간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지만 인근 해저에 최대 600억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따른 갈등이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영국이 말비나스(포클랜드의 아르헨티나 이름)를 점유하고 있는 것은 식민주의의 연장”이라며 전방위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고, 영국은 최신예 스텔스구축함 돈틀리스호 파견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로서 30년 전과 같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극히 적다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같은 대서양상의 불안한 상황을 보노라면 태평양, 더 좁게는 동해와 남해에서도 거센 파도가 일지나 않을지 미상불 걱정스럽다. 일본과 중국이 각각 영유권 시비를 걸고 있는 독도, 이어도 얘기다. 독도나 이어도가 태평양의 포클랜드가 돼서는 안 되겠지만 한국은 아르헨티나가 아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