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내 입속의 빵을 내어줄 수 있는 삶을 살라!… ‘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가?’
입력 2012-04-10 18:12
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가?/강영안 지음/한길사
키에르케고르는 물었다. “나는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이 태어난 정황을 그는 충격적인 언어로 진술한다. “그리스도교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신자에게 단 하나의 물음이라고 했다. 강영안의 책을 받아들면서 나는 대번에 키에르케고르를 떠올렸다. 읽으면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의 철학자는 덴마크의 철학자와 같은 문제를 떠나지 못한다. 세상의 변화와 교회의 변질을 바라보면서 지금 여기서 참답게 예수를 따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책의 1부는 문화를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문화와 뗄 수 없다. 기실 문화란 어떻게 사느냐에 다름 아니다. 그러기에 문화는 영성의 문제요, 제자도인 것이다. 나의 취향이 아니라 주의 부름이다. 문화와 소통하고 변혁하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순종이고, 세상에 대해 응당 져야할 책임이다. 그러니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문화를 무시하거나 무지해서는 안 된다.
문화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진 문화 주체로 살아야 한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이웃의 고통을 짊어지는 대속적 책임을 걸머진다. 이것은 성공주의와 물량주의에 물든 교회에 대한 반성과 궤를 같이 한다. 레비나스의 말마따나 “자신의 입에서 빵을 꺼내어 자기는 금식하면서 타인의 허기를 채워주어야” 하거늘 타인의 입에서 빵을 꺼내어 날름 먹어치우는 교회는 한국사회에 기여는커녕 짐이 될 뿐이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문화를 넘어선다. 문화에는 주소가 있다. 국가, 인종, 지리의 경계에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황금률을 따라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나와 다른 타자를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 누구나 하나님의 형상인 한에 있어서 조건 없이 거저 준다. 국가주의, 군사주의, 물질주의의 우상에 사로잡혀서는 참 제자 되지 못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보편적인 도덕의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다.
2부는 문화에서 교회로 초점을 이동한다. 한국교회 성장의 역사를 재진술하고, 목회자의 윤리를 시급히 세울 것을 촉구하며, 담임목사직을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목회 세습을 비판하고, 장로임기제를 교회 개혁의 일환으로 제안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능동적인 측면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집중한다.
하여, 나는 이 부분이 퍽 아쉽다.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고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을 해야 참 그리스도인이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약자와 빈자를 위한 사회, 경제적 정의를 실천할 것을 재촉하고,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에서 평화의 일꾼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이 윤리의 본령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맨 마지막 글, ‘한국 교회가 직면한 세 가지 신앙의 도전’은 인상적이다. 무신론이라는 반기독교적 정서, 종교 간의 갈등이라는 다종교적 정황, 그리고 성공주의와 소비주의에 함몰하는 기독교를 질타하며 그가 내 놓은 제안은 요한일서이다. 바른 믿음, 거룩하고 정결한 삶, 그리고 자기희생을 통한 사랑을 사회에서 실천하기. 이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표지이다.
거의 동시에 출간된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도 읽으면 좋겠다. 그가 몸을 상할 정도로 공들여 쓴 앞의 책은 윤리적 그리스도인을, 이 책은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도전한다.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사유하는 철학과 텍스트(성경)를 삶으로 살아내는 신앙은 그리 거리가 멀지 않다. 끈질기게 성가신 근본 물음을 던지는 이 책들로 한국교회의 지성의 공백이 조금 더 채워졌음을 기뻐한다.
김기현 목사 (부산 로고스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