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 양육비 기준 시민이 정했다… 서울가정법원, 시민배심원단 평결 토대로 5월 기준 공표
입력 2012-04-09 19:27
#사례1. 원고(46·남)와 피고(44·여)는 1992년 결혼해 고2, 중2인 딸 2명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두었으나 불화로 2003년 협의 이혼했다. 이혼 당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원고가 지금까지 자녀를 키웠다. 원고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하며 교육비, 생활비, 병원비를 감당했지만 사업 부진으로 많은 빚을 지게 됐다. 피고는 2007년 김모씨를 만나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며 2009년 딸을 낳았고 현재 소득 없이 전업주부로 생활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양육비로 자녀들이 성년에 이를 때까지 1인당 매월 50만원씩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사례 2. 원고(36·여)와 피고(35·남)는 2006년 결혼해 만 3살과 4살의 딸을 두고 생활하다가 2010년부터 별거하고 있다. 원고는 2011년 이혼, 위자료,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별거 무렵부터 자녀를 양육하고 있고, 피고는 시세 9억5000만원의 아파트 1채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에게 자녀들이 성년에 이를 때까지 1인당 매월 7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두 사례에 대해 시민배심원단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첫 번째 사례는 소득이 없는 부모에게도 양육비를 부담시킬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시민배심원단은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피고가 매월 첫째 자녀에게 15만500원, 둘째와 셋째 자녀에게 각각 13만7500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들은 최저생계비를 근거로 양육비를 산출했다.
두 번째 사례는 고정자산을 부모 소득에 포함시킬 것인지와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지가 관심이었다.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피고에게 자녀 1명당 월 70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피고가 수입은 없지만 상당한 재산이 있다고 보고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서울가정법원(법원장 김용헌)은 지난 3일과 9일 2차례 시민배심법정을 열어 시민배심원단이 평결한 내용을 토대로 다음달에 이혼 가정의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제정, 공표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이는 1963년 서울가정법원이 설립된 이후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기준표가 제정되면 전국 법원에서 활용토록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이번 양육비 산정 기준표 제정은 수요자인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양육비를 현실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