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 감산… 르노삼성 ‘덜커덩’
입력 2012-04-09 22:06
르노삼성자동차가 위기를 맞고 있다. 르노삼성은 판매부진이 깊어지면서 재고관리를 위해 평일에도 공장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르노삼성의 3월 내수판매는 3위 GM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만년 5위인 쌍용차에 턱밑까지 쫓기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임원들이 잇따라 떠나면서 대규모 인력유출도 우려되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6일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오는 20일에도 생산을 멈추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열흘간 멈춘 데 이어 약 4개월 만이다. 이는 재고가 쌓여 가동일수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총선일인 11일과 ‘근로자의 날’ 전날인 30일에도 샌드위치데이라는 명목으로 라인을 멈출 계획이다.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은 지난 1월부터 없어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난달 판매대수가 생산대수를 밑돌면서 재고가 늘어나 어쩔 수 없이 감산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극심한 판매부진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3월 내수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41.7% 감소한 4788대, 수출은 42.8% 줄어든 8143대에 불과했다. 내수·수출 포함해 1만2931대밖에 팔지 못했다. 르노삼성의 국내 자동차 판매시장 점유율도 1월 6.4%, 2월 5.1%, 3월 3.6%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반면 한국지엠은 지난해 ‘쉐보레’ 마케팅 효과가 이어지면서 내수에서 전년 동월대비 10.3% 늘어난 1만3530대를 판매해 대조를 보였다. 한국지엠은 점유율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르노삼성의 고전은 신차가 없고 라인업이 단조로운데다 잦은 제품 결함 등 복합적인 문제 때문으로 지적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에어백 결함 등으로 국내 업계에서 가장 많은 18만여대를 리콜했다.
게다가 르노삼성의 자동차에는 닛산에서 이미 단종된 엔진이나 과거 모델을 일부 개량한 엔진이 장착되고 있어 신형엔진에 비해 엔진효율도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닛산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구조 때문에 수년간 이어져온 엔고로 수익성이 나빠진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엔고로 부품 구매비용과 기술사용료 등이 급증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신차 개발 여력도 없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세단(SM3, SM5, SM7)과 SUV 차량(QM5) 등 단 4개의 모델밖에 없다. 지난해 신형 ‘SM7’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SM7 판매대수는 1월 850대, 2월 709대에 불과했다. 르노삼성은 올해도 신차 없이 하반기에 ‘SM3’와 ‘SM5’를 부분 변경한 모델만 선보일 예정이다.
르노삼성은 최근 핵심 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는 등 내홍도 겪고 있다. 지난달 20일 박수홍 부사장과 필립 게랑부토 부사장 등 임원 4명이 전격 사임했다. 자동차업계에선 르노삼성이 내수판매 부진을 이유로 대거 물갈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