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식당 대기업 배제 말뿐… 1위 ‘범LG가 아워홈’은 살아남아
입력 2012-04-09 19:12
정부가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 대기업 계열사들의 참여를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급식업계 1위이자 범LG가인 아워홈은 여전히 운영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86개 공공기관 가운데 86개 기관이 181곳의 구내식당 운영을 급식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41%인 74곳의 구내식당이 아워홈, 삼성에버랜드,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한화호텔&리조트 등 6개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재정부는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위탁계약기간이 끝나고 재계약을 할 때 대기업 계열사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제한입찰을 실시하도록 특례를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1일 박재완 재정부 장관 주재로 위기관리대책 회의를 열고 중소·중견 급식업체 지원을 위해 286개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 대기업 계열사 참여를 배제키로 방침을 정한 데 따른 것이다. 상호출자가 제한된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배제 대상이다.
그러나 아워홈은 2000년 LG그룹에서 분리돼 이 제한 규정을 피해가게 된다.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이 LG에서 나와 세운 회사로 구자학 회장의 1남3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984년 LG유통(현 GS리테일) 급식사업부로 출발한 아워홈은 2000년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LG와 GS그룹 계열사들이 이용하면서 2000년 21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조2361억원으로 급증했다.
아워홈은 지난해 대기업들의 서민업종 침범과 대기업 오너 일가에 대한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확산되면서 올 들어 청국장 사업과 순대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업체들이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대기업 참여를 배제한다더니 정작 대기업들이 모두 빠진 자리에 대기업 오너일가가 운영하는 1위 업체만 남아 독식하게 됐다”면서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아워홈은 법적으로는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지만 구 회장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 보호 취지대로라면 배제되는 게 맞다”며 “특정 한 업체 때문에 규정을 만들 수는 없어 공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배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