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D-1] 총선 복병 ‘숨은 표’… 與-긴장·野-기대

입력 2012-04-09 19:04

19대 총선에서도 ‘숨은 표’가 여야의 예측을 뒤엎는 변수로 작용할까. 최근 일련의 선거에서 쓰라린 경험을 맛본 새누리당은 숨은 표의 ‘배신’에 초긴장한 상태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숨은 표의 ‘횡재’를 노리고 있다.

투표일을 이틀 앞둔 9일 여야는 숨은 표의 존재에 대해 모두 부인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혜훈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평화방송에 출연해 “숨어 있는 야당표가 5%는 넘을 것 같다”며 “굉장히 많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실장은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4·27 (분당을) 보궐선거 등 최근의 큰 선거들이 여론조사보다 (새누리당 표가) 실제로 8% 포인트 적게 나오고 심지어 어떤 지역은 18∼20% 포인트 적게 나왔다”고 했다. 그는 “전국 지역구 의석 246개 중 112개가 서울 인천 경기에 있고 여기서만 경합지역이 50개나 된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분석인 것 같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숨은 표 경계령과는 달리,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서대문을 김영호 후보 지원 유세에서 “우리에겐 숨은 표가 있다. 초박빙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야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선숙 사무총장도 이날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 대부분이 야권 지지층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문가들 역시 ‘숨은 표=야당 지지자’ 등식을 부인하지 않는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이번 총선에서 숨은 표는 최소 5%에서 최대 10% 정도 될 것”이라며 “특정이슈에 민감한 계층과 기성 정치권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혼재돼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용휴 폴앤폴 대표도 보수층은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와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으로 이미 결집한 상태인 반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직장인과 젊은층 중심의 숨은 (야당) 표는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층이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인물을 중시하는 데 비해, 숨은 표는 특정 이슈에 따라 지지후보를 결정짓는 경향을 띤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숨은 표가 선거에서 핵심변수로 등장한 것은 2년 전 6·2 지방선거 때부터다. 당시 야당은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조성된 신(新)안보정국과 정부·여당의 북풍몰이에 맞서 ‘전쟁 대 평화’ 구도를 내세워 젊은층에게 투표를 호소했고 ‘2030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투표 바람몰이로 호응했다. 숨은 표와 투표율이 밀접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현상도 이때부터 나타났다. 엠브레인 이병일 이사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숨은 표와 관련해 “접전이라는 말이 쟁점화될수록 ‘내 표’가 중요하다는 심리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막판 이슈로 떠오른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쟁에 최대한 불을 지피는 새누리당의 전략이 숨은 표 향배에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