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숙자 100여명 수십년 ‘노예생활’ 충격… 섬 양식장·어선서 임금 한푼 못받고 강제노역 시달려
입력 2012-04-09 18:54
지적장애인들이 외딴 섬에서 사실상 노예생활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주범은 작고한 어머니가 관리해온 장애인과 노숙자 100여명을 넘겨받아 대(代)를 이어 이들을 섬에 팔아넘기거나 강제노역을 시켰다. 지적장애인 은모(47)씨는 19세 때 잡혀와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일만 했다.
해양경찰청은 지적장애인 수십명을 1992년부터 최근까지 외딴 섬 양식장 등지에 팔아넘기거나 어선 등에 강제로 태워 ‘노예’처럼 일을 시키고 임금을 착취해 온 혐의(약취 및 유인 등)로 6명을 붙잡았다고 9일 밝혔다.
해경은 모집책 이모(47·전북 군산시)씨를 구속하고, 이씨를 도와 범행에 가담한 모집책 최모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씨 등은 전북 군산 시내에 여관을 운영하면서 지적장애인과 노숙자 등을 군산과 목포 지역의 어선과 낙도 등지에서 강제로 일하게 하고 100여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챘다.
이씨 등은 “먹여주고 재워주며 돈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여관이나 주택에 감금한 뒤 넘겼다는 것이다.
모집책 이씨는 작고한 어머니가 관리해 온 100여명 중 70여명을 목포 등지의 선박과 섬 등에 팔아넘겼다. 지적 연령이 낮은 나머지 30여명은 지금까지 노예처럼 부렸다. 확인된 피해자 5명에게서만 2억1000만원을 가로챘다. 지적장애인 최모(46)씨는 최근 4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은 물론 작업 중 부상으로 인한 수협 등에서 나온 보상금마저 모두 빼앗겼다.
이씨 어머니는 지적장애인들을 관리하면서 사망과 부상에 대비한 보험을 가입하도록 했으나 보험금은 자신의 아들이 수령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총책, 모집책, 운송책, 관리책, 윤락녀 알선책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군산역, 부두, 군산 K직업소개소 등에서 조직적으로 지적장애인들을 팔아넘겼다.
이모(53·여)씨는 지적장애인 남성들에게 50대 주부 등 윤락녀들을 알선해주고 화대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갈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제노역에 시달려온 지적장애인에 대한 심리진단 결과 이들의 사회연령은 9.25세, 사회지수는 19.8세 정도로 일상생활 적응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청 한 관계자는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선박과 낙도 등지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일제 단속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