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살인사건 은폐 파문] 경찰, CCTV서 단서 못찾았다더니… 범인, 계획적으로 성폭행 대상 물색
입력 2012-04-09 21:55
CCTV 7대 분석결과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오원춘(42)은 계획적으로 피해여성 A씨(28)를 성폭행하려고 했다. 따라서 오원춘의 진술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전반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는 경찰청이 감찰 차원에서 수원시 지동초등학교 인근 등 사건이 발생한 지역 CCTV 7대의 내용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은 9일 이를 공표했다. 따라서 당초 경찰이 CCTV 수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거짓말로 일관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가 피의자 오원춘 집 앞에서 납치된 시간은 지난 1일 오후 10시32분11초로 확인됐다. 13초 분량의 CCTV에는 얼굴형체를 알아볼 수 없지만 A씨가 멀리서 다가오면서 집 앞 전봇대 뒤편에 숨어 있던 오원춘이 튀어나오는 장면이 잡혔다. 누가 넘어졌는지 모르지만 A씨를 끌고 가는 것 같은 장면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현장에서 당일 수거한 CCTV 내용들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A씨가 이날 퇴근 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집 앞 50m에 설치된 CCTV 화면에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런 CCTV 내용은 “사건 초기 수사결과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는 경찰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이 CCTV 내용들은 수원중부경찰서가 2일 CCTV 내용 복사본을 가져와 분석했던 자료였다. 수원중부서는 당시 “오원춘이 검거돼 분석이 필요 없었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A씨를 살해한 동기에 대해 오원춘이 “어깨가 부딪쳐 시비가 붙었고, 욕설과 따귀를 때려 범행을 했다”는 말이 거짓임이 입증된 셈이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원춘의 A씨 살해시점과 성폭행 여부에 대한 답변을 이날 구두로 통보해 왔다고 경찰이 전했다.
국과수는 A씨가 살해된 시점을 2일 새벽 5시 이전으로 추정했다. 오원춘은 경찰에서 “A씨를 2일 새벽 5시쯤 살해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국과수는 A씨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 위 내용물이 36g 남아 있는 상태여서 새벽 5시 이전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정상인의 경우 위 내용물을 소화하는 데 4∼6시간 걸리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개인에 따라 1∼2시간씩 더 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1일 저녁 8시쯤 친구와 함께 회사 근처에서 햄버그스테이크와 오므라이스를 나눠 먹었다. 따라서 A씨의 피살 시점은 경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성폭행 여부도 아직까지 확정하기 이르다. 국과수는 A씨의 체액을 분석한 결과 성폭행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오원춘은 A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반항해 실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A씨가 오원춘에게 협박당하면서도 “너는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고 말했다는 오원춘의 진술에 대해 진위를 확인 중이다. 하지만 오원춘의 계획적인 범행이 드러난 이상 오원춘의 진술들은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수원=김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