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김용민’ 공방] “그 X 얘기는 하지 마세요… 꼭 투표해서 심판할 것”
입력 2012-04-09 21:58
“아니, 이상한 사람이 왜 남의 동네와 와서 온통 시끄럽게 만드나.”
9일 오후 3시쯤 서울 노원갑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공릉동 선거사무실 앞 도로에서는 30대 여성이 큰소리를 계속 질러댔다. 그는 “저게 무슨 국회의원 자격이 있느냐”며 손가락질을 하다 김 후보 지지자들에게 제지를 당했다. 다른 남성은 사무실 출입구에 ‘김용민 아웃(Out), 나꼼수 아웃’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였고 곧바로 김 후보 선거운동원 한 명이 이를 떼냈다. 출입문에는 ‘닥치고 투표’, ‘꼭 이겨라’ 등의 격려 메모들도 눈에 들어왔다.
초여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따뜻해진 날씨였지만 사무실 주변에서는 그를 질책하는 싸늘하고 따가운 주민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공릉역 사거리에는 200여m를 사이에 두고 김 후보 사무실과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 선거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경찰은 김 후보 사무실 주변에서 시민단체 등의 항의 시위가 끊이지 않자 아예 의무경찰 2개 소대를 동원해 경비를 서고 있다.
“그 X 얘기는 하지 마세요.” 11년째 공릉동에서 숙녀복집을 운영해왔다는 50대 아주머니는 “총선 분위기가 어떠냐”는 기자 질문에 말을 잘랐다. 그는 “이런 몰상식한 상황은 입에 담기도 힘들다”며 “꼭 투표해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스 운전기사 박모(47)씨는 고교생 아들과 김 후보의 ‘저질 막말’ 동영상을 봤다면서 “해도 너무하더라”며 혀를 찼다. “저 사람 왜 말을 저렇게 하는 거냐”는 아들의 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도 했다. 박씨는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일 텐데,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40대 남자는 “그동안 야당만 찍어왔는데, 이번엔 문제가 정말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여당을 찍기도 그렇고 혼돈스런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김 후보한테는 표를 주기 싫다”고 힘주어 말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김 후보를 감싸는 목소리도 간혹 나왔다. 이번이 첫 총선 투표라는 20세의 김모씨는 “김 후보가 막말을 하긴 했지만 사회의 부조리에 눈감는 이들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한 회사원은 “몇 년 전 일을 다 들춰서 비판하는 건 좀 심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