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살인사건 은폐 파문] 1분1초가 급박한 판에… 경찰, 집 반대쪽서 헤맸다
입력 2012-04-09 21:56
112지령센터, 초동수색 유일한 열쇠인 녹취파일도 간수못해
수원에서 납치살해된 피해여성 A씨(28)의 112지령센터 녹취록 파일에 문제가 생겨 경찰의 초기대응이 어설프게 진행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12지령센터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1일 A씨는 휴대전화로 자신의 급박함을 알렸고, 자신이 있는 구체적인 위치와 ‘집안’이라는 상황을 알렸다. 따라서 이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이야말로 경찰이 범인을 빨리 잡기 위한 초기대응의 유일한 열쇠였다.
하지만 경찰은 허둥댔고 이 과정에서 녹취파일이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바람에 피해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A씨를 납치감금했던 피의자 오원춘(42)씨의 집과는 동떨어진 반대 쪽 지점만 탐문수색하는 중대한 착오를 저질렀다. 경찰은 지동초등학교 내부, 인근 불 켜진 상가 등을 수색했다. 별 소득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112지령센터에서 녹취파일이 오류로 날아가 이를 다시 복구하는 데까지 걸린 1시간45분은 ‘사느냐 죽느냐’ 촌각을 다투는 A씨의 생존 가능성을 그 이상으로 멀어지게 한 결과를 낳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청소년 1명과 수색 중 달아나는 남녀 2명을 붙잡아 조사하는 등 헛다리만 짚었다. 단지 휴대전화 가입자 인적사항을 확인해 A씨의 실거주지를 파악하는 데 그쳤다. A씨 가족들도 경찰이 확인해 줘 2일 오전 0시28분 A씨의 납치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A씨가 신고한 1일 오후 10시50쯤부터 오원춘이 검거된 다음날 오전 11시50분까지 모두 3차례 탐문 및 수색 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차는 A씨가 처음 신고한 시점에 형사당직팀, 인근 순찰차 근무자가 출동한 뒤 계속해서 순찰차와 인력이 증원됐다. 2차 수색은 녹취파일이 오류로 사라진 것을 알고 이를 복구한 뒤 시작됐다. 3차 수색은 날이 밝으면서 대대적인 탐문수색을 통해 오원춘 검거 때까지 이뤄졌다.
112지령센터의 긴급 시스템운영이 잘 유지됐었다면 A씨의 생명은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을 경찰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