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살인사건 은폐 파문] 조현오 청장 전격사퇴 배경은… 총선 고려 靑과 사전조율?
입력 2012-04-09 19:08
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전격 사퇴키로 한 것은 경찰조직의 수장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기본적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의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적 공분을 산 경기 수원 20대 여성의 납치 살해사건 이후 112신고센터의 미흡한 초기대응과 거짓말로 점철된 부실 수사 등 그동안 드러난 잘못을 통감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 직전까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져 돌발적 사퇴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리 배포된 기자회견문에도 “비난과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포괄적 표현 외에 ‘사퇴’라는 문구는 직접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평소 ‘원칙과 기준’을 강조해온 조 청장이 임기만료를 불과 4개월 앞두고 갑자기 물러나겠다고 결심한 데는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악재’를 털고 가자는 여론이 여권 일각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청장이 경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우여곡절 끝에 도입한 ‘임기제’의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청와대와 사전 조율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혼자 결정한 것이다 물러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책임진다는 뜻에서 물러나겠다. 이게 전부다. 내가 책임 안 지면 누가 지겠느냐”며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조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청와대가 1시간여 만에 신속히 ‘수용’으로 입장을 정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다. 그것도 총선 이후로 구체적 사퇴 시기까지 언급한 것은 총체적 부실덩어리로 드러난 수원사건과 별도로 정치 일정을 고려한 사전 조율이 이뤄졌다는 의견에 무게감이 더하고 있다. 국민들의 거센 비판여론에 내몰린 청와대가 더 이상 이를 묵과할 경우 총선과 대선 등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조 청장 후임에는 이강덕 서울청장(경대 1기)과 김기용 경찰청 차장(행시 특채), 강경량 경찰대학장(경대2기) 등 치안정감 3명과 치안총감인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이 거론되고 있다. 경북 영일 출신의 이 서울청장은 ‘영포라인’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신임이 두텁다. 경찰간부 출신의 모 해양청장과 보안통인 김 차장은 해양청과 13만명이 소속된 경찰조직의 ‘2인자’로서 그동안 무난히 조직관리와 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경찰대학장은 전남 장흥이 고향으로 지역안배 차원에서 ‘발탁 인사’가 점쳐지고 있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