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살인사건 은폐 파문] 경찰, 녹취 오류로 105분 허비했다… 신고 내용 오후 11시15분께 다 날아가
입력 2012-04-10 01:47
경기도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 발생 당일 피해여성이 112지령센터에 휴대전화로 신고한 통화 녹취록 파일이 저장 오류로 인해 사라져 경찰이 이를 복구하는 데 1시간45분을 허비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국민일보가 경기도경찰청과 112지령센터를 취재한 결과 지난 1일 피해여성 A씨(28)가 112지령센터에 위기상황을 신고한 오후 10시50분58초 이후 신고내용이 녹취되던 중 오후 11시15분쯤 녹취에 오류가 발생해 그동안 녹취됐던 내용이 모두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12지령센터는 처음에 센터 내부에서 오후 11시55분까지 복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어 다른 컴퓨터 전문가를 불러 파일복구를 시도해 2일 오전 1시쯤에야 녹취내용을 복구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1일 오후 10시51분5초부터 A씨가 처음 밝혔던 “못골 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교 부근”이라는 지령에 따라 현장에 경력을 1차 투입했다. 하지만 대응초기부터 이런 이유로 정확한 위치추적 실패를 겪으면서 부근만 대충 탐문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112지령센터는 1시간45분 만에 녹취 파일을 복구해 그 내용을 현장 형사팀장에게 보냈고, 형사팀장은 처음 수색지역이 잘못됐음을 그때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때부터 수색활동을 보강해 오전 2시32분부터 2차 수색에 나섰다. 사건발생 3시간여가 지나서였다. 경찰은 이후 주변 CCTV 분석,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위해 A씨의 언니를 통한 119소방서 기지국 확인 요청, 탐문수사 등을 벌여 13시간 만인 2일 오전 11시50분쯤 피의자 오원춘(42)을 검거했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조 청장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만료를 불과 4개월 앞둔 조 청장은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고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 드린 것을 자책하며 물러나겠다”며 “경찰청장으로서 어떠한 비난과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국민사과문을 통해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경찰관의 범죄 대응능력과 시스템을 정비하고 외국인 범죄에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 청장의 사의를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조 청장의 입장을 수용할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조 청장 사퇴 시기는 총선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