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심순보] 국책사업 반대의 허상과 진실

입력 2012-04-09 18:29


우리나라 국책사업은 여러 번 괴담의 도가니에 빠져왔다. 만들어 봐야 달릴 차가 없다는 말을 들은 것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이었고,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 도롱뇽 다 죽는다고 난리법석이었던 것이 고속철도 건설 와중이었다. 지금은 세계 최고 공항이라고 자랑하는 인천공항은 지반침하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주관적 생각에 기대어 근거 없는 말을 흘리던 국책사업 반대자들로부터 반성의 말을 듣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국책사업은 어찌된 노릇인지 우리의 행복보다는 개인의 영달을 꿈꾸는 이들의 전유물이 돼 버린 느낌이다. 환경을 부르짖는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와 교수들은 정치 입문을 목표로 인터넷공간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을 난도질하고 있다. 사실이 아님에도 보의 안전성을 흠집 내기 위해 재난영화 속 댐 터지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대자보 스타일의 놀라운 글발로 국민의 감성 포인트를 자극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침하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환경 분야의 원로학자는 예전의 실언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이제는 그 관성으로 4대강을 반대하고 있다. 탈북자 인권보다 도롱뇽의 생존권을 중시하던 한 여승은 자신의 예언과 달리 고속철이 지나는 천성산에 도롱뇽이 번성한 장면을 목격했지만, 사과는커녕 아니면 말고 식으로 4대강 등 각종 국책사업의 반대 현장에 얼굴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 접촉 금지만이 자연이 살 길이라 생각하는 이런 부류의 환경론자들에게는 긍정적 변화를 추구하는 개발이 진보를 향한 발걸음으로 보이기보다 파괴의 삽질로 보이는 모양이다. 인류 역사를 통찰해보았다면 좀 더 깊은 사유의 결과를 표현했을 것이다.

정권을 잡았던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사업들을 야당이 됐다고 폐기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에게 이번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분들이 책임을 지고 있던 지난 10년의 치수사업이나 수질개선노력이 뚜렷한 성과가 없는 현실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믿고 싶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의 말을 듣는다면 정치가 아닌 정책으로서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수조원의 홍수 피해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환경원리주의자들의 편협한 시각에 굴복하기보다, 홍수가 없기를 바라는 행운만을 믿고 체념의 절벽에 4대강 주변 농민들을 내몰기보다, 4대강 주변 주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미 있고 의식 있는 행동을 고민해야 한다.

어느 유명 작가의 책 제목마냥 국책사업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4대강사업 완성의 큰 비전을 가진 이들의 당당한 걸음을 응원하고 싶다. 이런 용기가 자원이 변변치 않은 이 나라를 지금의 위치까지 이끌어 왔고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심순보 충북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