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25·끝) 최고의 영성 갖춘 오케스트라와 열방 전도가 꿈

입력 2012-04-09 18:03


방송에서 얼굴이 좀 알려진 덕분에 나는 특별한 사람으로 대접받을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나는 전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내 연주나 지휘 실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그런데도 실제보다 과분하게 평가받을 때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광고를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를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로 여긴다. 신앙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예배나 기도, 전도에 나름대로 힘쓴다고는 하지만 그저 평범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성경 지식도 내가 아는 건 그야말로 쥐꼬리만큼의 수준이다.

하나님은 이런 나를 잘 아신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은 가끔 나의 이 쥐꼬리만큼의 지식을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깨닫게 해주신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쉬운 비유로 깨닫게 해주시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늘을 나는 새의 비유를 통해 무지몽매한 사람들에게 천국의 비밀을 알려주신 것처럼 말이다. 말씀을 통해 혹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섭리를 보여주시고, 필요할 때마다 영의 양식을 공급해주시는 하나님의 크나큰 은혜를 나는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절절히 깨닫고서부터 내 신체구조에 특이한 현상이 생겼다.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성경을 읽으면서,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찬양을 하면서 무시로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내 아내 박해순 권사는 이런 나에게 ‘고장 난 수도꼭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나는 이 때문에 난처할 경우가 가끔 있다. 그 중에서도 성가대 지휘를 하면서 눈물이 쏟아질 때는 참으로 곤란하다.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하던 중 주일 아침 교회로 나설 때면 아내는 “당신, 오늘은 제발 좀 고장 난 수도꼭지 좀 조심하세요” 하는 말을 하곤 했다. 물론 나 역시도 오늘은 울지 않아야지 다짐한다. 하지만 나는 번번이 그 다짐을 무산시킨다.

앞에서 지휘봉을 잡고서 대원들의 찬양을 이끌어가다 보면 어느새 코끝이 찡해지면서 두 눈에 눈물이 흐른다. 내가 그러면 몇몇 여자 대원이 덩달아서 눈물을 글썽인다. 그러다 나중에는 음정이야 틀리든 말든,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든 말든 전 대원들이 꺽꺽대며 찬양을 한다. 성가대가 그러면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도 여기저기서 훌쩍인다. 그러다 결국 단 위에 서신 목사님까지 목이 메어 설교를 제대로 못하신다.

이러다 보니 나는 가끔 주위로부터 왜 그리 눈물이 많으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나는 주저 없이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라고 답한다. 누군들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나만 나의 경우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영락없이 영적 사형수였다. 세상의 온갖 죄를 뒤집어쓰고서 곧 죽을 목숨이었다. 하지만 사형 집행 직전에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가 임하면서 풀려났다. 이처럼 각별한 사연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어찌 특별한 은혜로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아무 조건 없이 받은 은혜인데, 얼마나 특별한가.

나는 언젠가부터 하나의 비전을 품고 있다. 최고의 영성과 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열방을 누비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다윗이 한 손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다른 한 손에 물맷돌을 들고 나가 골리앗을 쓰러뜨렸듯이 나 또한 한 손에 복음을, 다른 한 손에 최고의 찬양단으로 악의 세력들을 깨부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리하여 훗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정택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복음을 전하고자 한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서, 바로 이 사람들에게 말이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