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천체물리학자 팡리즈 美서 타계… 천안문 사태 당시 대표적 반체제 인사

입력 2012-04-08 19:55

중국 천안문(天安門) 사태 당시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로 꼽히는 천체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가 미국에서 별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76세.

그의 부인 리 슈시안은 팡리즈가 지난 6일(현지시간) 아침 애리조나주 투산시에서 갑작스럽게 숨을 거둔 사실을 AP에 확인했다.

천안문 민주화운동 지도자 왕단(王丹)은 트위터에 “중국인들이 팡리즈와 같은 사상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면서 “그는 ‘89 천안문 세대’에 영감을 주었고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일깨운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1936년 항저우에서 우체부의 아들로 태어난 팡리즈는 16세에 베이징대학에 입학해 이론물리학과 핵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레이저 분야 이론을 개척했다.

팡리즈는 86년 중국의 급진적인 정치 변화를 주창하면서 명망가로 떠올랐다.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연설은 80년대 중국의 반체제 학생운동가들을 고무시켰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 과학기술대학 부학장으로 있던 그는 86년 12월 학생시위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공산당에서 제명되고 대학에서 쫓겨났다. 이어 89년 6월 4일 천안문 사태로 중국 정부가 팡리즈 부부를 반혁명죄로 수배하자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했다.

팡리즈는 천안문 사태 당시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 않았지만 정부 지지자들이 그의 초상화를 태우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 대사관으로 피신했고 13개월 만에 미국행이 허용됐다. 그는 20여년간 애리조나대 물리학 교수로 재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