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에 매몰된 사이… 中, 카리브해 맹주로 부상
입력 2012-04-08 19:35
카리브 해 연안국가 바하마에선 수주 전 중국 정부가 3500만 달러를 지원해 지은 첨단 스타디움이 개장됐다. 도미니카도 중국으로부터 학교, 병원, 소규모 스타디움을 원조 받았다. 앤티가바부다는 발전소와 크리켓 스타디움을 선물 받았고 현재 중국이 원조한 학교가 신축 중이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총리는 자신이 머물 공관을 지어준데 대해 중국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폭발적 경제력을 내세워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의 차이나 머니 외교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이처럼 미국의 턱밑 카리브 해 연안국가에도 오성홍기가 펄럭이면서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카리브 해 지역에 기존에 해 온 차관 및 직접 지원에 더해 앞으로 63억 달러의 차관을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투자는 민간 기업의 직접 투자, 중국 국영 은행의 대출 보증, 정부의 직접 지원 등 형태가 다양하다. 예컨대 자메이카 정부는 중국 정부로부터 2010년 향후 5년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해 4억 달러를 지원받기로 하는 등 수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받았다. 중국 기업 컴플랜트는 자메이카 국영 사탕수수 농장 3곳을 매입하는 등 총 1억6600만 달러의 투자를 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투자가 광물 및 상품 등 자원외교 성격이 강하다면, 이들 카리브해 연안지역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동맹국을 만들려는 ‘정치적 벤처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앤티가바부다 외교관 출신 로널드 샌더스 경은 “중국이 원조를 통해 이들 국가로부터 충성심을 사면서 미국과 캐나다가 남긴 공터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 지역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동 문제에 함몰되어 있는 사이 중국이 카리브해의 맹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중국은 현지에 학교 리조트 운동장 등 건설 공사를 하면서 저임 노동을 이유로 태평양 건너 중국 현지로부터 노동자를 조달하고 있는데, 이들이 카리브 해 국가 곳곳에 차이나 타운을 형성해 중국 파워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