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마틴 사건? 또 흑인3명 사망… 美 오클라호마서 흑인 5명에 ‘묻지마 총격’

입력 2012-04-08 23:11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발생한 백인 자경단원의 10대 흑인 소년 사살사건의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클라호마 주에서 6일(현지시간) 하룻밤 새 5명의 흑인이 총격을 받아 이 중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 뒤인 용의자 2명을 검거한 경찰은 이번 범죄가 ‘인종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집중 수사하고 있다.

7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클라호마 주 제2의 도시인 털사 북부 흑인 주택가 반경 2.4㎞ 이내에서 5명의 흑인이 총에 맞아 3명이 숨지고 2명의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희생자는 모두 흑인이며 4명은 집 앞 길가에 있다가 총격을 당했고 한 명은 거리를 걸어가다 총에 맞았다.

범인은 흰색 픽업트럭을 몰고 다니는 백인이라고 목격자들은 진술했다.

경찰은 당시 현장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추적에 나서 8일 새벽 범행 현장에서 4.54㎞ 가량 떨어진 곳에서 용의자 2명을 검거했다고 제이슨 윌링엄 털사 경찰서 대변인이 밝혔다. 대변인은 용의자들이 19세 제이크 잉글랜드와 32세 앨빈 와츠라고 말했으나 자세한 범행 동기는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털사 경찰서장 척 조던은 “경찰 경력 30년 동안 이렇게 좁은 지역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총격 사건이 일어난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건이 인종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흑인 사회는 흑인을 노린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최대의 흑인 인권 및 지위 향상 단체인 전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O) 털사 지회장 워런 블랙니 목사는 “흑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흑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털사시 잭 핸더슨 시의원은 “어떤 백인이 흑인 밀집지역에 들어와 흑인들에게만 총격을 가했다. 나에게 이는 분명히 인종과 관련된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종 증오 범죄 가능성이 엿보이자 경찰도 바짝 긴장했다.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경찰도 털사 경찰당국의 협조 요청에 따라 범인 검거 작전에 나섰다.

한편 마이애미 뉴 타임스는 일단의 네오나치들이 흑인소년 트레이본 마틴 사살사건으로 인종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이 사건이 일어난 플로리다 주 샌포드 시내를 중무장한 채 순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오나치들은 “폭력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 지역 백인 거주자들의 인종 폭동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흑인인권옹호 단체인 뉴블랙팬서파티가 용의자 조지 짐머맨 체포에 1만 달러를 현상금으로 내놓고 있어 흑백 단체 간 대규모 인종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워싱턴=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