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中 닝보에 이는 거센 파도

입력 2012-04-08 23:20

중국 남동부에 위치한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는 지명의 유래부터 눈길을 끈다. 항구 도시인 이곳 앞바다에서는 ‘파도(波)’가 ‘잔잔하다(寧)’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단다. 가까운 저우산(舟山) 군도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덕분이라는 게 현지 사람들의 설명이다.

한국 서남부 해류가 이곳에 와 닿기 때문에 예로부터 한반도와 닝보 사이에 교류도 많았다고 한다. 북송(北宋)시절 고려사절과 무역상이 머물렀던 고려사관(高麗使館) 터가 시내에 남아있을 정도다.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 얘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지금은 저장성에서 성도(省都) 항저우(杭州) 다음으로 큰 도시다. 개혁 개방 이후 무역항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결과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친강(秦剛)은 7일 저녁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이곳을 ‘복지(福地)’라고 불렀다.

닝보에서 이날부터 이틀 동안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은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북한이 광명성 3호를 쏘아 올리려는 시점에 3국 외교장관이 머리를 맞대기 때문이었다. 그렇듯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평화로운 닝보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놓고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김성환 외교장관은 이날 오후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에서 수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중국 측을 압박했다. “북한이 발사대에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는 시점에 만나 마음이 무겁다. 한국과 중국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희망한다.”

순간 양제츠 부장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스쳐갔다. 관례대로라면 덕담을 좀 더 나눌 만도 한데…. “중국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이미 입장을 전달했다.” 그가 발언을 이어가려는 순간 취재진은 회담장을 나와야 했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일간지 참고소식(參考消息)이 이날 1면 머리기사에 단 제목은 이랬다. “북한, ‘위성요격은 곧 전쟁유발 행위’ 경고.” 북한이 미사일을 쏘더라도 건드리지 말라는 투다. 중국은 ‘닝보’에서 회담을 개최했지만 한반도 주변 파도를 잦아들게 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중국 책임론’이 왜 나오는지 그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닝보=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