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결과 드러난 경찰 부실 대응… 피해자 ‘집안’ 밝혔지만 112접수표엔 입력도 안됐다

입력 2012-04-08 23:07


경기도 수원에서 지난 1일 발생한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경찰의 자체 감찰 결과 대응 과정이 온통 허점 투성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8일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112지령센터 근무자들의 신고지령 미숙, 초기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하지 못한 점, 현장 지휘자들의 뒤늦은 사실 확인 등 대응이 초기부터 잘못됐음을 시인했다.

경기경찰청 112센터는 피해자 A씨(28)가 사건 당일인 지난 1일 오후 10시50분58초에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전 집인데요. 성폭행당하고 있어요”라고 긴박한 상황임을 알렸으나 신고자의 위치와 주소만을 반복해서 질문하는 등 신고 접수요령에 미숙했다.

피해자가 ‘집안’임을 밝혔지만 112신고 접수표에 이 같은 내용을 입력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신고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엉뚱한 곳을 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112센터 팀장은 지휘조정을 소홀히 해 ‘집안’이라는 주요 단서를 보완지령하지 않았다.

또 신고센터 내 다른 요원이 이동통신 기지국 확인을 통해 신고자의 위치를 ‘새마을금고 기지국 158m 지점 지동초교에서 못골 놀이터 방향’으로 비교적 정확히 추정하고 ‘지동초교 건너편, 동호아파트 부근 주택가 쪽’이라고 두 차례나 전달했다. 그런데도 이런 내용도 현장에 보완 전달되지 않았다.

경찰은 112센터 신고 접수 이후 44초가 지난 후부터 6분50초간 긴급 내부 공청(共聽)을 했으나 다른 사건처리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외부 공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신고자와의 휴대전화 통화시간을 15초, 1분20초, 4분 등으로 계속 말을 바꾼 것은 수원중부서 형사과장 등이 시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추측성 답변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녹취된 부분은 1분20초, 전체 통화시간은 7분36초였다.

한편 이번 사건 피의자인 조선족 오원춘(42)에 대해 살해동기, 여죄 등 경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 많다. 경찰은 범행동기 등이 불분명하고 여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씨는 내향·소극적 성격이고 대인관계가 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학습지식 수준과 범죄지식 수준도 매우 낮은 성향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오씨는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쓰레기를 버리려고 집밖으로 나왔다가 A씨와 몸이 부딪치면서 시비가 됐고, 남들이 볼까봐 입을 막고 목을 감싸 집으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이어 A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반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계획된 살인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A씨에 대한 성폭행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오씨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지난해 7월~12월 통화자 155명을 발췌해 수사 중이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