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2] 역대 최다 20개 정당 후보등록…“1석 만이라도” 군소 정당들 ‘이색 공약’ 득표 안간힘

입력 2012-04-08 22:51


오는 11일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받게 될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31.2㎝나 된다. 15개 정당이 출마했던 18대 총선 때 24.7㎝보다 긴 사상 최장이다. 이번 총선에서 역대 최다인 20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군소 정당들은 정당명부 투표에서 3% 이상을 얻어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이 해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구 당선자를 내거나 정당 득표율 2%를 넘겨야 한다. 이들에게 가장 높은 벽은 ‘메이저’ 정당 중심의 선거판이다. 새누리당 대 민주통합당의 양자대결 구도에 통합진보당이 정당지지율을 크게 높이며 가세, 다른 군소정당의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

그렇지만 이들이 표방한 이념이나 공약에는 귀담아 들을 부분들이 없지 않다. 눈물겨운 유세 가운데 참신한 아이디어도 적지 않다. 기독자유민주당은 재산 헌납자나 모범 납세인에게 황금 자동차번호판을 달아주거나 큰 건물에 공적을 알리는 전광판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으로 눈길을 끈다. 향락세 도입, 국가 자격시험 일요일 실시 금지 공약도 선보였다. 기독당은 “개화, 독립운동, 건국과 근대화의 중심에 교회가 있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도 해군기지 지지, 탈북자 북송 저지 등 현안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기독당은 대전 유성구 이재형 후보 등 4명이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고 비례대표는 예장통합 소속 김충립 미주장로회신학대학 교수 등 8명을 공천했다.

녹색당은 ‘핵 없는 세상’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하루 6시간·주당 30시간 근무를 법제화하는 ‘칼퇴근법’도 내걸었다. 핵발전소가 있는 경북 울진과 부산 기장을에 원전 반대투쟁을 주도해온 여성농민 박혜령씨와 부산환경운동연합 대표 출신의 구자상씨를 내보냈다. 유세엔 일반 차량 대신 태양광 차량이나 지게를 동원하거나 방독면·방호복을 입기도 한다.

청년당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청춘콘서트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온라인 중심 정당이다. 서울에 2명, 부산에 1명 등 3명이 지역구에 출사표를 냈고 비례대표 후보는 4명을 선정했다. 반값 등록금,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다.

진보신당은 지역구에 23명, 비례대표에 7명의 후보를 냈다. 하지만 당의 ‘간판’이던 심상정 노회찬 조승수 후보 등이 통합진보당으로 가버려 이번엔 2석 확보가 목표다. 비례대표 1번은 청소용역노동자 출신인 김순자씨, 2번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인 홍세화 당 대표가 맡았다.

지난 2월 창당한 국민생각에서는 박세일 당 대표가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다. 비례대표 1번은 새누리당 출신 전여옥 대변인이다. 김덕규 한광옥 전 의원이 출마한 정통민주당은 장기표 전 사회민주당 대표가 비례대표 1번이다.

군소정당은 아니지만 소수당이나 군소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직면한 정당도 있다.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11명, 비례대표 7명의 당선자를 냈던 자유선진당은 현재 지역구 1~2곳에서만 우세를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의 정당지지율도 3%를 간신히 넘길 정도다. 심대평 대표는 8일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 정치인생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한때 의원이 3명이던 창조한국당도 지역구에 3명, 비례대표 4명을 후보로 냈지만 정당 지지율이 1%를 밑돈다.

이 밖에 한류의 세계화 등을 내건 한국문화예술당, 국회의원 100명 감축을 공약으로 내놓은 대한국당도 있다. 가자!대국민중심당은 노인과 젊은 엄마들을 겨냥해 창당됐다. 국민행복당은 군 전역 시 최대 1000만원 수당 지급을, 한국기독당은 동·읍·면사무소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과 민주통일당은 지역구 후보를 1명씩 냈다.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과 여당 전신을 떠올리게 하는 국가재건친박연대나 미래연합, 한나라당도 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