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2] 민주당 사퇴 권고에도 버티는 ‘막말’ 김용민

입력 2012-04-08 19:05

당은 사퇴 권고하고, 김용민은 버티고, 리더십은 또 떨어지고….

민주통합당이 곤혹스럽다.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과거 ‘저질 막말’이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신 사과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어서다. 수준 낮은 언어로 여성, 노인, 종교를 조롱했던 김 후보는 사퇴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후보는 8일 한명숙 대표의 사퇴 권고와 관련, “당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그만두라 하는데 어떻게 그만두느냐”고 말했다. 한 대표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이라며 “야권연대가 승리해야 하는데 제가 부족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심판당해야 할 자들이 큰소리치는 세상, 다시 4년을 저들에게 맡겨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앞서 한 대표는 7일 비서실장인 황창화 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김 후보의 발언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 대표는 “당은 사퇴를 권고했으나 김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심판받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른 지역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과 당원 동지들에게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버티는 김 후보에게 민주당이 사과와 권고 수준의 사퇴 요구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그를 강제 사퇴시킬 경우 수도권의 초경합 선거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000표 안팎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합 지역에서는 이른바 ‘나꼼수’ 문화에 동조하는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중요하다. 젊은층 참여 제고를 선거 승리의 최우선 요소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저질 막말 후보’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민적 비판이 거세고 당 상임고문인 이해찬(세종특별자치시) 후보, 중진인 천정배(서울 송파을) 후보 등도 사퇴를 요구했지만 말뿐인 사과만 함으로써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공천에 이어 또 한번 상처를 입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점을 파고들었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한 대표는 김 후보를 영입하며 거창한 환영행사를 열고 ‘매주 1000만명의 시민을 만나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고 추켜세우더니, 김 후보가 두통거리로 전락하자 대변인을 시켜 입장을 발표했다”며 “비겁한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공격했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