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염치로…” 경찰 ‘130억 청사 방호시설’ 추진 빈축
입력 2012-04-08 18:46
경찰청이 거액의 혈세를 들여 16개 지방경찰청과 시·군·구 249개 경찰서의 자체 방호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나서 비난이 일고 있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최소 1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구 급증추세인 경기경찰청과 국무총리실이 이전할 세종시 등을 관할하는 충남청, 경남청, 경북청, 전남청, 전북청, 제주청 등에 대한 출입통제 시스템을 국가보안시설 ‘나’급인 경찰청 본청과 맞먹는 수준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각 경찰서의 보안체계도 5년 동안 단계적으로 강화해 ‘국립경찰’의 위상을 높이기로 했다. 경찰서 내에서 각종 범죄 용의자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그동안 방호를 전담해온 전·의경 인력이 2007년 4만1800명에서 지난해 2만3609명으로 44%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관서 정·후문, 복도, 건물 내부, 사무실 입구, 계단 등에 스크린도어, 금속탐지기, 지문인식기, 원격 출입문 개폐기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무기고 등 취약장소에는 CCTV와 양방향 출입통제 장치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찰은 기획재정부와 예산문제를 협의 중이다.
그러나 경기도 수원에서 20대 여성 납치·살인사건을 막지 못하는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건 은폐와 축소에만 급급한 경찰이 자체 방호에만 혈안이 된 데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형사계, 수사계, 조사계, 사이버수사대, 유치장 등은 몰라도 획일적으로 출입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면 딱딱하고 위압적인 경찰서의 문턱만 높이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퇴직 경찰관 김모(63·서울 대방동)씨는 “매일 순찰 도는 관할구역 길도 몰라 7분간이나 극도의 공포 속에서 112 신고전화를 한 여성조차 보호해주지 못한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사건현장에 30분 만에 출동한 경찰을 도대체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회사원 박영철(48·대구 관음동)씨도 “국민 정서나 사회적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 없는 경찰”이라며 “첨단 시스템을 사달라고 돈타령을 할 게 아니라 나사가 한참 풀어진 경찰 전체의 정신자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질책했다.
경찰청 이병모 경무계장은 “처음부터 비인가자의 출입통제를 염두에 두고 세운 경찰청사가 드물다”며 “인력에만 의존해온 열악한 경찰관서 보안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