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의 환상무대로 ‘스파르타쿠스’를 깨우다…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공연 리허설 현장

입력 2012-04-08 18:22


‘단, 다, 다, 단, 다, 다, 단….’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 그루지야 출신 아람 하라투리안의 경쾌한 음악에 맞춰 발레단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손에는 갖가지 무기를 들고 있다. 한 단원이 고개를 숙이자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출신 트레이너 알렉 라츠콥스키가 중단 신호를 보낸다. “정면을 주시하고 허리를 세워라. 보폭의 간격을 맞추고.” 러시아 말로 주문하는 내용을 몸짓으로 알아듣는다.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바람에 단원들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나고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힌다. 한 단원이 들고 있던 무기를 놓쳐 바닥에 나뒹굴면서 다른 단원들이 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켜보던 최태지 단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시선 집중! 정신 차려! 퇴장하는 장면에서 선두 미리 흩어지지 마라. 행진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대오를 유지하라.”

국립발레단이 13∼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리는 ‘스파르타쿠스’의 3막 1장 리허설의 현장이다. 러시아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스파르타쿠스’는 국립발레단이 2001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였고, 2007년에 이어 5년 만에 공연하는 작품이다. 이전까지는 러시아 발레단과의 합동 공연이었고 이번 무대는 국립발레단 단독 공연이라는 점이 다르다.

1956년 러시아 마린스키 키로프발레단이 초연한 ‘스파르타쿠스’는 62년 그리고로비치의 안무로 공연된 후 세계 곳곳에서 지금까지 이 버전으로 무대에 올렸다. 주역들의 독백과 2인무, 솔리스트와 군무의 조화를 통해 화려하면서도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형적인 고전발레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고 이들의 심리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다.

로마 시대의 역사와 영웅 이야기를 다룬 ‘스파르타쿠스’는 총 3막 12장에 9개의 독백으로 구성됐다. 로마 군단의 대장 크라수스가 트라키아를 침탈하는 것으로 막이 오른다. 포로로 붙잡힌 연인 스파르타쿠스와 프리기아는 절망에 빠져 있다. 둘은 노예로 팔려가면서 이별한다. 승리에 도취돼 연일 향락을 즐기는 크라수스는 프리기아에게 수작을 건다.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번 공연에서 스파르타쿠스 역은 이동훈(26) 이영철(34) 정영재(28)가 맡았고, 프리기아는 김지영(34) 김주원(35) 김리회(28)가 연기한다. 크라수스 역에는 이재우(21) 김기완(23), 크라수스의 여인 예기나 역에는 이은원(21) 박슬기(26)가 각각 캐스팅됐다. 이 가운데 동갑내기 최연소 단원인 이재우와 이은원이 커플로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이동훈과 김리회는 최근 리바이스 청바지 인터넷용 광고에 출연해 춤 솜씨를 자랑했다. 김지영 김주원 이영철 등도 발레 스타로 부상한 지 오래 전이다. 이동훈·김지영, 이영철·김주원, 정영재·김리회 커플의 2인무가 역동적이다. 발레리나의 섬세한 몸짓과 발레리노의 강인한 에너지가 만나 환상의 무대를 펼쳐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료는 C석 5000원부터 VIP석 10만원까지(02-587-6181).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