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마음속 풍경 ‘화폭의 행복바이러스’… 행복을 그리는 김덕기 ‘태양 아래서’展
입력 2012-04-08 17:59
그야말로 ‘그림 같은 집’이다. 앞마당에는 울긋불긋 꽃이 피어 있고 엄마 아빠가 하얀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은 꽃밭에 물을 주고, 옆에서는 강아지들이 껑충거리며 놀고 있다. 꽃병이 놓인 실내 4인용 식탁은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행복한 가족’ 그림으로 유명한 김덕기(45)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환해진다.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을 그린 그의 그림은 인기가 좋다. 가정을 이루고 있거나 아니거나 모두가 꿈꾸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1층짜리 집 모양은 경기도 여주 작업실과 비슷하고, 아들과 딸 하나씩 있는 모습은 가장 이상적인 가족 형태를 그린 것이다. 아들을 하나 둔 작가는 딸 하나를 더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4인 가족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행복한 가족 그림은 청소년 시절 아픈 기억에서 비롯됐다. 67세인 아버지의 늦둥이 막내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 때 어머니를 여의고 고등학교 때는 아버지마저 잃고 사춘기를 힘들게 보냈다. 공부에 흥미를 잃고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했다. 어렵게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서울대 동양화과에 들어간 후 학비를 벌기 위해 새벽에 신문배달도 했다.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 미술교사를 선택했으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예술세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 2007년 과감하게 직장을 버리고 전업작가가 됐다. 이때부터 작품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행복 바이러스를 생산하고 그것을 퍼트리는 이미지는 여전하지만 색채는 이전보다 훨씬 화려하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행복한 순간을 점점이 찍어내는 작업이 더욱 정교해졌다.
세상의 모든 것을 밝은 면만 보고 화면에 담아내려는 작가의 개인전이 ‘태양 아래서’라는 제목으로 1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함께하는 시간’ ‘즐거운 우리 집’ ‘행복한 논과 밭 사이로’ ‘바다를 바라보며’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집, 가족, 마을, 꽃밭이 배치된,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쉬운 그림들이다.
기존 작품과 달라진 점은 집 뒤 동산 위로 붉은 태양이 떠 있다는 것이다. 폭죽 같은 빛이 은총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도 새로운 시도다. 즐겁고 행복한 가족 그림은 눈부신 햇살과 빛으로 인해 환상적인 이미지가 더해졌다. 신작들은 훨씬 성숙되고 편안한 마음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현실이 아닐 수도 있으나 우리가 꿈꾸고 염원하는 마음의 풍경이 아닐까.
그의 그림 구도를 보면 가운데 집이 있고, 양쪽으로 나무들이 팔을 벌리고 늘어서 있다. 위에는 태양이 빛나고, 아래에는 가족들이 배치돼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작가는 “관람객들이 보는 관점에 따라 제각기 해석하겠지만 그림의 구도는 십자가의 형태”라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기쁨과 은혜, 단란한 가족을 위한 기도와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02-732-355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