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혜련] 惡手 피해가기

입력 2012-04-08 18:29


요즘 길거리에서 나부끼는 각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어지럽다. 이 나라, 내 집 살림이 과연 어디로 흘러갈지 두렵다. 자칫 세금폭탄에 파산선고를 하게 될 판이니 ‘소비자’로서 여간 고민이 아니다. 여느 물건이야 마음에 안 들면 반품, 환불, 폐기가 가능하지만 선거를 통해 구입한 서비스 상품은 하다못해 고장 수리도 안 되니 말이다.

게다가 이 물건은 생물이라 구입 전에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하다 언제 집을 뛰쳐나갈지, 주인의 발꿈치를 물지 알 수 없으니 더 더욱 큰일이다. 세금이란 회비로 공동구매할 상품의 불량 여부를 검증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유사품들이 수시로 쏟아져 나오고 구매 마감기일도 임박하니 소비자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들이 쏟아낸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데 천문학적 세금이 드는데다 재원 확보의 현실성과 구체성도 떨어진다 하니 막막한 심정이다.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밑바닥이니 무슨 공약으로 희망을 안겨줄까 설레기보다는 그들 ‘밥그릇’ 얻는 데 자칫 온 국민이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수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다. 그 사이 국민의 주머니 돈으로 진행됐던 일들이 ‘밥그릇’ 주인이 바뀌면서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어떤 지자체는 선심, 과시성 사업으로 재정파탄이 나 월급도 못 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니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후보의 공약과 이력을 담은 ‘광고지’를 봐도 올바른 한 표 행사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성장과 안보’에 방점을 찍었던 ‘빨간 점퍼’들의 이슈 및 어젠다가 실종되고 그저 ‘분배 우선’인 ‘노란 점퍼’ ‘파란 점퍼’들의 모습을 닮아가니 옥석구분법을 일러줄 과외선생이라도 모셨으면 좋겠다.

정치권의 흐름을 쥐락펴락하는 한 ‘대권 예비 후보’가 한마디씩 하는 ‘강연정치’의 훈수도 진정성이나 순수성이 떨어지니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국익과 미래를 생각하는 온건한 개인을 정당보다 우선해 선택하라’고 한다. 정당정치를 통해 실현 가능한 민주주의체제에서 과연 온건한 개인을 우선해 뽑은들 그들이 어떻게 정책을 이슈화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물론 당장 내놓고 특정 정당 편들기가 불편해 말장난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제 ‘밥그릇’을 위해 무책임한 공약과 온 국민을 모독하는 막말을 쏟아내고 북한의 도발과 폭정에조차 면죄부를 주는 그런 ‘허위, 악덕광고의 산물’들은 제발 매대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별 별 인간이 다 됐는데 나는 왜 못해?” 하는 강심장의 함량미달 정치인들이 향후 선거판에 쏟아져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 후보나 정당이 있으면 우리 모두 투표해야 한다. 설사 내가 바라는 쪽이 입맛에 마땅치 않더라도 다른 악수(惡手)를 가려내 폐기하기 위해서라도 투표해야 한다. 기권은 엉뚱한 선택을 불러온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이 땅의 민주주의는 투표로 쟁취해야 한다.

고혜련(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