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치안보다 제몫챙기기 급급한 경찰

입력 2012-04-08 18:28

경기 수원 주택가에서 지난 1일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사건은 초동 대처가 허점투성이였던 것은 물론 사후 설명도 거짓말이 많아 국민들의 경찰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피해자가 휴대전화로 구체적인 장소를 설명했는데도 순찰 중인 경찰은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피살된 여성의 끔찍한 비명소리를 휴대전화를 통해 수분 동안 듣고도 생명을 구하지 못한 이런 경찰을 믿어야 할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경찰은 유능한 직원을 112 신고센터에 배치한다는 등의 안을 내놓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대응을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다급한 여성 목소리의 성폭행 피해신고와 애절한 비명을 들었다면 긴박한 상황이라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데도 강력팀은 늑장 투입되고 수사책임자는 뒤늦게 현장을 찾았다.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민생치안에는 몸을 사리는 경찰이 청사 출입통제 시스템 등 자체 방호에는 예산을 마구 사용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전·의경 감축을 구실로 올해부터 5년간 13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10여개 지방청사와 270여개 경찰관서의 출입통제 시스템 수준을 현재보다 한층 높일 방침이라고 한다. 지방경찰청의 보안체계를 서울의 경찰청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서의 문턱이 높아 민원인이 간단한 증명서 한 장을 떼려해도 겁을 먹기 일쑤인 청사 출입을 얼마나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출입통제 시스템이 허술해 강력범을 제대로 잡지 못했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꿈속에서도 알아야 할 관할구역의 길도 몰라 가냘픈 여성의 생명도 지켜주지 못한 경찰이 청사를 단장해달라고 국민들에게 요구할 염치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경찰은 본연의 임무인 범죄제압과 예방에는 별 관심이 없고 수사권 독립이나 승진 등 제몫 챙기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민생치안에 집중했으면 한다. 범죄 퇴치에 전력을 기울여 성과를 낸다면 청사 단장쯤이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