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찬규] 北 광명성 3호 발사, 적법한가?
입력 2012-04-08 18:12
북한이 4월 12일에서 16일 사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발사에 드는 비용은 발사체 제작 및 평안북도 철산군 금창리 소재 발사대의 조립 등 도합 8억5000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는 중국산 옥수수 25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이고 이 정도의 물량이면 현재 북한에서 실시되고 있는 배급량(1인당 하루 355g)을 기준으로 주민 1900만명을 1년 동안 먹여 살릴 수 있다. 아직도 ‘고난의 행군’에서 완전 탈출하지 못했음에도 이 같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 북한의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위성과 무기 발사체는 같아
광명성 3호 발사를 북한은 국제법상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북한 외무성은 3월 2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주조약과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보편적 국제법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보다 우위를 차지한다”며 광명성 3호 발사는 “자주적이고 합법적인 권리 행사”라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언급된 안보리 결의는 2009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제2차 핵실험이 있은 다음 그해 6월 12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제1874호를 일컫는 것이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이 결의에는 “북한에 대해 여하한 핵실험 또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도 이 이상 실시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는 규정이 있다(제2항).
동일한 규정은 2006년 10월 9일 제1차 핵실험이 있은 뒤 그해 10월 14일 채택된 북한 제재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도 들어가 있다(제2항).
북한은 인공위성과 무기를 구별해 상기 두 결의는 무기가 탑재된 탄도미사일에 해당되는 것일 뿐 인공위성이 실린 것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공위성이든 무기든 운반체는 동일하며 운반체 첨단에 탑재된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한 안보리의 두 결의는 인공위성이 탑재된 것이건 무기가 탑재된 것이건 탄도미사일 자체를 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결의가 채택된 것은 북한의 거듭된 약속 불이행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였다.
유엔헌정 준수 의무가 우선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나오는 “우주조약과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보편적 국제법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보다 우위를 차지한다”는 주장도 국제법과 맞지 않는 해석이다. 북한도 적용을 받는 유엔 헌장에는 ‘결정’의 형식으로 된 안보리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게 구속력을 가진다는 규정이 있고(제25조), ‘헌장에 의거한 의무와 다른 어떤 국제협정에 의거한 의무가 저촉하는 경우에는 유엔 회원국에게는 헌장에 의거한 의무가 우선한다’는 규정도 있다(제103조). “우주조약과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보편적 국제법들”이 안보리 결의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두 결의에 관한 한 그 반대임을 북한은 알아야 할 것이다.
1988년 12월 21일 런던을 출발, 뉴욕으로 가던 미국 민항기 팬암 103편이 스코틀랜드의 로커비 상공에서 공중 폭발해 승객 및 승무원 259명 전원과 떨어진 파편에 맞은 마을 주민 11명 등 모두 270명이 죽은 대참사가 일어났다. 영·미 수사기관의 면밀한 수사 끝에 2명의 리비아 기관원이 탁송화물 속에 장치한 폭발물이 폭발해 일어난 사건이었음이 밝혀져 영·미 양국은 참사 후 리비아로 도주한 용의자의 인도와 손해배상 등을 리비아에 청구했다.
리비아는 1971년 체결된 ‘민간항공의 안전에 대한 불법행위의 방지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에 범죄용의자가 소재하는 국가도 재판관할권을 갖는다고 돼 있음을 근거(제5조2)로 2명이 진정한 용의자라면 자국에서 재판할 것이고 자국 헌법상으로도 자국민을 인도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청구를 거부했다.
이에 영·미는 유엔 안보리로부터 이들을 인도하라는 ‘결정’ 형식의 결의를 얻어냈다. 뒤에 나온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은 인도하라는 것이었다. 유엔 회원국들에게는 헌장상의 의무가 다른 모든 의무에 우선하는 것이다.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