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홍순영] 성장, 경쟁, 정의의 함수관계
입력 2012-04-08 18:12
며칠 전 한 공영방송에서 ‘대기업과 조세정의’라는 주제의 특집을 방영했다.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된 임시투자 세액공제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제도의 모순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가 임시투자 세액공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이는 7500개 중소기업 공제액의 1.8배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 탓에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임시투자 세액공제를 폐지하고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혜택의 85%가 여전히 대기업에 돌아갈 것이라 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중소기업학회 춘계 학술대회가 있었다. 자주협동과 중소기업기반경제라는 대주제 하에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전개되었다. 핵심 내용은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기반경제의 확립이 요청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스스로의 기술개발 및 경영 시스템 혁신,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지원강화 등 지원시스템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독과 처벌 강화, 공생발전을 저해하는 중소기업 사업영역과 기술특허 침해에 대한 제재 강화도 제기되었다.
국제학술분과 세션에서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미국과 같이 중소기업이 기술혁신과 고용창출을 주도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 조성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금융시장의 발달, 적절한 정부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총선을 맞이하여 각 정당은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강화, 골목상권 보호 강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강화, 전통시장 지원 강화,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프랜차이즈 가맹 소상공인 보호 강화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재도입 등 재벌의 경제력집중 저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공정거래질서 확립, 중소기업 세 부담 완화,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등 조세형평성 확대 등의 공약도 발표되었다.
각기 다른 사례들을 정리한 것이지만 각각의 상황, 정책 및 제도들이 정(正)의 함수관계를 가지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과 조세정의가 화두가 되고, 정치권과 학계에서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중소기업의 부와 고용창출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정의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은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사회 구성원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다. 그런데 이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공정함’이 작동할 수 있는 생태환경 하에서 가능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공정과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는 기업생태환경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정의, 즉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배분은 기업가정신을 함양하여 중소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며, 이는 고용창출과 국부의 증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함수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정의는 기업간 거래의 공정성을 확립하여 기업간 공정경쟁을 촉진하게 할 공정거래제도의 구축과 중소기업의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고 창의와 혁신의 경영활동에 몰두하도록 할 공정한 조세 및 금융제도의 구축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